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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 멀리 보기

by 이창수

사소한 일에 목숨 걸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목숨 걸 일이 아니라면 크게 다투거나 싸우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적당히 넘어갈 때도 많다.



"교감 선생님, 젊은 선생님들이 학습 준비물을 구비하고 싶어 하는데 이동 수단이 없다고 하네요. 제가 함께 가도 될까요? 복무는 어떻게 할까요? 출장으로 다녀와도 될까요?"



"그래요. 여비 부지급 출장으로 다녀오세요!"



선생님들이 수업에 필요한 학습 준비물을 구입하겠다는데 자신의 연가 일수에 마이너스가 되는 조퇴나 외출보다는 차라리 출장 처리해 주면 좋지 않을까 싶다. 정해진 원칙은 없다. 나만의 복무 결재 방향이다. 큰일이 아니라면 선생님들의 요구 사항을 전부 수용하려고 한다. 이처럼 교무실에 오셔서 미리 말씀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교감의 입장에서는 감사한 일이다.



요즘은 복무 자체도 아무런 말없이 나이스 시스템으로 찍하고 올리고 마는 추세다. 시스템 상으로 결재를 올리는 것으로 복무를 갈음하는 분위기다. 사람 사는 세상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사소한 걱정 앞에 안절부절못하는 나의 모습을 자주 발견한다. 미리 걱정하는 타입이다. 일이 진척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큰일이 마치 일어난 것처럼 걱정을 사서 한다.



물론 미리 걱정하면서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미리 대비한다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는 것이지만 미리 걱정한 시간이 참 후회되고 에너지가 소모되어 기진맥진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걱정 앞에 지혜로운 행동은 "될 대로 돼라"라는 심정으로 무심한 상태로 걱정을 놓아주는 자세가 필요함을 느낀다.




민원이 접수되거나 화를 내면 학교로 전화를 걸어오는 학부모님들을 대할 때면 걱정부터 앞선다. 최악의 경우를 미리 머릿속에 떠올리며 상황에 완전히 매몰되는 경험을 자주 했다.



최악의 상황에 간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앞서서 걱정한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기 마련이다. 지금 당장 뭐라도 큰 일을 할 것처럼 이야기하는 민원인들도 다음날이 되면 한 풀 꺾인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지혜다.




데일 카네기의 성공론, 거창하지 않다.

걱정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그리고 교감으로 지내고 있는 나만의 철학,



사소한 일에 선생님들과 논쟁하지 않는다.

논쟁이 되는 상황에서는 교감이 져 준다.

관계가 개선될 때까지 오랫동안 버틴다.


바닷물은 모든 물을 받아들여서 바다가 된다.

교감도 마찬가지다. 모든 감정을 받아들여야 교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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