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함께 근무하다 보면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 상처를 주고받는 일, 거리끼는 일, 편안한 대화, 불편한 만남 등 다양한 일들이 일어난다. 같은 직장 안에서 2년 정도 함께 지내다 보면 의외로 좋게 만남을 시작하다가도 뭔가 얼굴에 불편한 기색을 나타내며 힘들어하는 관계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특히 교감과 교사의 관계는 참 애매하다. 일단은 교감은 지키는 사람, 지시하는 사람으로 각인되어 있다 보니 함께 근무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관계에 금이 가는 경우가 많다. 사람의 생각과 마음은 늘 변할 수밖에 없으니까.
인사 시즌이 되면서 일찌감치 내년에 우리 학교를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선생님들이 있다. 공립학교는 근무 기간이 정해져 있고 누구든지 자신의 희망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선택의 자유가 있다. 전출가시는 선생님이 있으면 전입해 오시는 선생님이 있기에 큰 걱정은 없다. 물론 기존의 선생님과 함께 근무하면 여러모로 좋은 점들이 많다. 학교의 사정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기에 계획을 세우고 추진해 가는 일이 비교적 순조롭다. 다만 타성에 젖어 기존의 것들을 그냥 답습하기 쉽다는 단점도 있다.
교감인 나도 정해진 근무 기간 안에서만 있을 수 있다. 나도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 다만 떠날 때 떠나더라도 지금 있는 학교에서 내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부족한 모습 그대로 있는 모습 그대로 현실에 여건에 맞춰 내년도 방향을 잡고 계획을 세우고.
선생님들이 마음 편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정서를 살피는 일이다. 선생님들이 걱정 근심이 있다면 얼마나 적극적으로 근무를 할 수 있을까? 안 봐도 머릿속에 훤히 그려진다. 정서를 살피는 일 중에 가장 좋은 방법은 귀를 열어 듣는 일이다.
듣는 것도 4단계가 있다.
귀로 듣고,
마음으로 듣고,
영혼으로 듣고,
마음을 비우고 듣고.
학기말까지 교감인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선생님들의 정서를 살피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