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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 알뜰시장

by 이창수

비가 오락가락할 날씨다. 아이들은 아침부터 걱정이 한아름이다.


"교감 선생님, 오늘 알뜰시장 못해요?"

"왜?"

"비가 오면 못 한데요"

"아니야. 비가 와도 알뜰시장 할 거야. 그리고 오늘 비가 오지 않을 거야"


아이들 마음은 벌써 알뜰시장에 가 있다. 마치 여행 떠나는 기분으로 표정이 한껏 상기되어 있다.


운동장에는 학생 부스, 학부모 부스, 총동문회 부스, 다문화 부스 등등 천막이 설치되어 있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고의 정신으로 가정에서 기부처에서 기증받아 온 다양한 물건들이 진열되고 있다.


물건들을 진열하고 있는 학부모 부스에 먼저 찾아가서 여러 학부모님들께 인사를 드렸다. 옷, 모자, 각종 먹을거리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행거에 걸려 있는 남자용 재킷을 집어 입어 보았다.


"학부모님! 이 옷 잘 어울려요?"

"교감 선생님, 그 옷 입으니까 없어 보여요. 차라리 이 옷 입어 보세요!"

"학부모님! 이 옷에 어울리는 모자도 추천해 주세요!"


학부모님들이 내게 코디해 준 결과는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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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가격에 퇴직할 때까지 입을 재킷을 득템 했다.


중간중간 소나기가 왔지만 알뜰시장의 열기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우리 학교 젊은 선생님들의 기획력과 추진력, 협응력은 최고였다. MZ 선생님들이 없으면 우리 학교는 돌아가지 않을 것 같다. 열정과 정성으로 자신이 맡은 부스에서 물건을 팔았다. 학부모님들께도 감사하다. 떡볶이, 어묵, 컵과일을 소진될 때까지 파셨다. 모든 수익금은 기부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매년마다 알뜰시장을 개최하게 된다. 올해도 과연 성황리에 끝마칠 수 있을까 우려되는 점이 있었다. 과연 팔 물건들이 있을까? 알뜰시장의 취지는 집에서 쓸만한 물건이지만 쓰지 않는 물건들을 가지고 와서 전념 한 가격에 파는 것인데 매년 행사를 하게 되면 갖다 내놓을 물건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이 교직원들의 생각이었다. 맞는 얘기다.


그런데 알뜰시장을 통해 기부금을 모으는 의미도 있지만 행사를 통해 만남의 장소가 형성된다는 점이다. 학부모회원들은 이 참에 함께 뜻을 모아 팔을 걷어 부치고 학교 행사에 동참함으로써 구성원들 간의 관계가 돈독해진다. 학교 교직원도 마찬가지다. 천막을 치는 일, 행사 뒤 뒷정리를 하는 일들을 함께 하면서 멤버십을 갖게 된다.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보람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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