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출장 중에 친구에게 전화를 받았다. 이번에 아깝게 교감 지명을 받지 못했다고.
참고로 매년 3.31. 자 교감, 교장 자격연수자가 지명된다. 지명된 이들은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연수에 참여한다.
아쉬움이 남아 있는 친구에게 내년에는 무조건 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해 주었다.
교원에게는 승진의 기회가 딱 두 번 정도 있다. 물론 전문직원이 되어 직위 승진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교원은 교감으로 한 번, 교장으로 한 번 이렇게 두 번 정도 기회가 있다.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자동차 안에서 교감, 교장 자격연수 지명을 받은 지인들께 축하 전화를 드렸다. 모두 한 결 같이 기쁨으로 들떠 있는 목소리였다. 주변 분들이 많이 도와줘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며 겸손하게 말씀들을 하셨다.
내게도 이런 순간이 있었다.
5년 전이다. 2018년 3월 31일. 그때는 올해와 자격연수 지명 제도가 좀 달랐다. 그해 필요한 교감 자격 연수 대상자를 100%가 아닌 130%를 발표했다. 다시 말하자면 그 해 교감 자격 연수자로 30명을 뽑는데 9명을 더 추가하여 39명을 발표했다. 즉 30%를 탈락시키겠다는 취지였다.
새로운 변화였다. 경력 중심 보다 능력 중심으로 철저한 검증을 통해 교감 자격증을 주겠다는 뜻이었다.
1차 심사에는 강원도민 누구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었다. 공개된 교감 자격 연수 후보자들의 명단을 보고 그 사람이 교감 자격증을 받는데 결격 사유가 없는지 의견을 써낼 수 있었다. 인터넷 홈페이지 팝업창에 자동적으로 게시되었다.
2차 심사에는 그동안 함께 근무했던 동료 교직원들에게 내부 메일을 이용해 의견을 받았다. 이 사람이 교감이 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10개 문항이 담긴 설문지였다. 각 문항별로 5단 척도로 응답하게 되어 있었다. 매우 잘함, 잘함, 보통, 못함, 매우 못함 이런 식으로.
1차 심사와 2차 심사를 합계 내어 부문별 일정 이하의 점수를 받았을 경우 탈락하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3차 심사에는 블라인드 면접을 지정된 장소에 받았다. 심사관들의 얼굴을 알 수 없었고 오로지 목소리만 듣고 답변해야 했다. 책상에는 질문지가 덮여 있었으며 바로 앞쪽에는 초시계가 놓여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해진 시간(5분) 안에 답변을 하도록 장치가 되어 있었다. 긴장되고 초조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난다.
당시 교감 자격 연수 대상자가 되고서도 축하해 주는 분들께 딱히 감사하다고 기쁜 내색을 비출 수 없었다. 혹시 세 차례에 걸친 심사 과정에서 30% 범위에 들어 떨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도가 바뀐 첫 번째 케이스라서 결과가 어떻게 반영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반면 올해부터는 교감 자격 연수 대상자를 100% 인원만 발표했다고 하니 축하를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어색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인사제도라는 것 자체가 구성원을 움직이는 강력한 동인이 된다. 어느 조직을 막론하고 인사 제도의 핵심은 승진에 있다. 김성천 외 공동 저자들은 <교육자치 시대의 인사제도 혁신>에서 교원 승진 제도의 유래와 그에 따른 변화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교원 승진제도는 1953년 교육공무원법이 새로 제정되면서부터 명문화되었고, 1964년 교육공무원승진규정 제정으로 구체화된 이래로, 현재의 교장 자격기준과 상당한 유사성을 갖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중략) 나름 정책적 필요에 의해 개정되었지만 기능적 개선 차원에 머물렀을 뿐, 시대의 요구와 변화를 반영한 제도의 변화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저자들은 미래 사회에 교사가 존중받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경력 중심의 교원 승진 제도에서 능력 중심의 제도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교원 승진 제도로는 교장, 교감으로서 직무 역량을 제대로 확인하고 검증할 수 없다고 본다. 권위적이거나 비민주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해외 사례로 미국, 영국, 호주, 일본 등과 비교하며 대부분의 국가에서 학교장은 기능과 역할의 자리로 보일 뿐 승진 개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독일과 미국의 경우에는 선뜻 학교장을 하려 하지 않는 이유가 너무나 힘든 것을 알기에 그렇다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는 해외 여러 국가들과는 분명 다르다. 우리만의 교육적 배경, 역사, 정서, 제도 등이 변화해 온 과정이 있다. 좋다, 나쁘다 등으로 성급히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교원은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 있고 계속 시대의 흐름에 뒤처져 개혁을 미루고 거부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어느 시대든 그 시대에 맞는 변화가 요구되는 법이다.
앞으로 교사, 교감, 교장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존재의 의미를 승진에만 둔다면 결국 '직'에 머무르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 반면 학교의 본연의 기능인 가르치는 '업'에 무게추를 두고 산다면 교사나 교감, 교장 모두 소명의식, 책임감을 통해 좀 더 보람된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2023. 3.31. 자로 교감, 교장 자격 연수 대상자로 지명을 받으신 분들께 다시 한번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