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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Dec 27. 2023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좋은 교감

우리 선생님들이 나 때문에 잘되면 좋겠다.

함께 하는 교직원들에게 작은 보탬이라도 되어 드리면 좋겠다.


인정이 없고 삭막한 세상이다. 제각기 살아갈 방법을 찾느라 하루하루 전쟁과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마음을 함께 나눌 동료가 없으며 숨죽이며 눈치 보며 살아간다. 누가 옥죄는 사람도 없는데 말이다. 사회 전체가 그런 것 같다.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의 김민섭 작가의 또 다른 책 제목이다.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학교에 근무하다 보면 참 다양한 교직원을 만난다. 그중에는 마음이 잘 맞는 분들도 있지만 반대로 불편한 마음으로 만나는 분들도 있다.


최대한 적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교감 때문에 학교가 싫다는 얘기 듣지 않기 노력한다.

서로 간의 관계에서 기분이 상하더라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혹시 내가 툭 내뱉은 말 한마디, 속상한 표정 하나, 거침없는 행동 하나가 상대방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기에 최대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나름 노력한다.

불편한 말을 듣더라도 티 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아내가 가끔 충고한다.

‘당신 표정은 숨길 수 없어. 늘 신경 써야 해’


아내가 보는 눈은 정확하다. 좋고 싫음이 표정에 드러난다. 나도 안다. 늘 조심하려고 한다. 능구렁이처럼 속 마음을 감추고 싶은데 그게 뜻대로 안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속이는 방법을 터득해 가고 있다. 표정을 속이는 법을 터득하고 있다니 왠지 떨떠름하다. 떫은 단감을 한 입 베어 문 기분이랄까.



나를 알아주든 그렇지 않든, 밖에 나가 나를 욕하든 말든 상관없이 통 크게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랄 수 없을까?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라고 말을 건넬 수 없을까?

돈 드는 일도 아니고 내게 손해 되는 일도 아닌데.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데 말이다.



올해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학교를 옮기겠다고 한다. 선생님들 각자 상황에 따라 옮기는 것인데 왠지 나의 올해 성적표인 듯한 느낌이 든다. 학교가 좋아서 떠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안다. 선생님들이 가고 싶은 곳에 가겠다며 서류를 가지고 왔을 때 나는 군말 없이 도장을 꾹 찍어 드렸다.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해 드릴걸.

그게 뭐가 어려운 말이라고.....



난, 아직 좋은 교감되기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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