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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Dec 29. 2023

선생님, 죄송합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최근 3년 동안 교감 역할을 하면서 참 많은 일들을 겪었다. 22년의 교사 생활 때보다 더 많은 학부모 민원, 학교 폭력 사안 등을 접했다. 모든 사안의 중심에는 교감의 개입이 불가피했다. 이래저래 사안을 해결하면서 크게 갈 일도 아닌데 시간이 흐를수록 눈덩이처럼 커지는 경우가 많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관계의 삐걱 거림이었고 말 한마디에서 비롯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최대한 사법적 접근보다는 교육적 접근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앞섰기에 교감 선에서 무마 또는 타협, 용서를 구하는 일도 있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에너지도 참 많이 소진되었다. 교감도 학기말이 되면 진이 다 빠진다. 


 

요즘 학교 분위기가 냉랭하다는 말을 듣는다. 선생님들 서로 간의 관계도 예전만 못하다는 말도 듣는다. 학교의 분위기를 만드는 일은 모두의 역할이지만 그래도 가장 중심에서 책임을 다해야 하는 일은 교감이다. 교감이 상주하는 교무실은 외딴섬과 같은 곳이다. 선생님들의 여론을 파악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곳이다. 교실로 선생님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거나 스스로 촉을 세워 파악해야 한다. 


 

최근에서야 나에게 가장 큰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들 입에서 나온 말이다. 선생님들을 미덥지 않게 여긴다는 얘기를. 내가 언제부터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이 말이 사실이라는 점이다. 늦었지만 왜 그렇게 됐는지 돌아볼 때다. 비난이 아니라 충고다. 비난은 근거가 없거나 당사자가 없는 상황에서 내뱉는 소리라면 충고는 팩트와 함께 상대방에게 직접 잘못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비난이나 충고 모두 반가운 소리가 아니다. 충고에 귀를 닫는 순간 난국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공식적인 회의 자리에서 선생님들께 머리를 숙였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전부 제 잘못입니다” 


 

충고를 들었다. 달게 들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곁에서 충고를 해 주시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변질된 나의 모습을 구차히 변명하고 싶지 않다. 자존심을 내세울 것도 아니다. 고집부릴 상황도 아니다. 선생님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낼 역량이 부족했기에 지시와 통제로 제압하려고 했다. 소위 말해서 상명하복 군대식 말이다. 선생님들은 신뢰를 받을 때 즐겁게 일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정반대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다. 할 수 없다. 늦었지만 다시 시작해야 한다. 


 

 

창피한 것보다 나의 잘못부터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자. 부끄럽지만 고백하자. 내가 달라져야 한다. 나의 태도부터.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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