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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Jan 03. 2024

요즘 학부모...

올해 초등학교 1학년 입학생 접수를 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를 위해 저녁 8시까지 교무실에서 창구를 열어 두고 맞이하고 있다. 인구 6만의 작은 소도시에 아이 한 명 한 명은 그야말로 귀한 존재다. 변두리이긴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시 지역인지라 그나마 신입생이 한 반을 꾸릴 만큼 된다. 하지만 약간만 벗어나더라도 사정이 완전히 딴판이다. 신입생 모집이 전쟁을 방불케 한다. 학교가 소멸하느냐 유지하느냐가 신입생 접수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입학 접수를 하러 오시는 부모님들을 바라보는 나만의 관점이 있다. 교감이라는 직무가 있어서 그런지 말로는 표현하지는 않지만 속으로는 이것저것 판단하게 된다. 관점은 이렇다. 


'까탈스러운 학부모인지?'


교무실에 들어와서 접수를 담당하는 선생님께 질문하는 유형만 몇 가지 들어봐도 단박에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우리 아이는요. 마음이 깨끗하답니다. 욕을 할 줄도 모르고 들어보지도 못한 아이예요. 여기 다니는 학교 아이들은 어떤가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이를 데리고 온 그 부부를 유심히 쳐다본다. 기억 속에 담아둔다. 십중팔구 아이를 맡게 될 담임 선생님에게 또는 교무실로 곤란한 질문을 할 소지가 농후한 분들이다. 


담당 선생님을 대신해서 교감인 내가 직접 대답해 드렸다. 


"어머님, 학교라는 곳은 어린이집과는 달라요. 6학년부터 1학년까지 함께 생활하는 곳이에요. 물론 안전한 곳을 만들기 위해 교직원들이 노력하지만 다양한 학생들이 지내는 곳이라 생각만큼 청정 구역은 아닙니다" 


대답을 들은 그 예비 학부모는 뭔가 탐탁지 않은지 표정에 드러난다. 


내 아이만 생각하는 학부모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학교에 요구사항도 늘어나고 있다. 감사는커녕 불만을 제기한다. 학교 버스가 왜 이곳까지 운행하지 않는지, 학교에서 선물로 드리는 체육복 디자인은 왜 이 모양인지 툴툴 불만을 늘어놓는다. 


점점 갈수록 초등학교 풍경이 암울해진다. 

아이가 귀하다고 하지만 과연 학교가 모든 것을 충족시켜 주는 서비스 기관이 되어야 하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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