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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Jan 05. 2024

졸업식, 교감의 역할

졸업식이 진행되는 시간은 약 한 시간 정도지만 준비하는 과정은 길다. 수립된 계획이 변경될 경우 그동안 준비해 놓았던 것을 폐기하고 새로 시작하기도 한다. 졸업장, 장학증서를 출력하는 일, 졸업생 가운과 상품 준비하는 일, 현수막을 주문하는 일, 방송 시스템을 점검하는 일, 졸업식장을 준비하는 일 등등 하나부터 열까지 사람 손이 안 가는 일이 없을 정도로 무척 바쁘게 돌아간다. 예행연습도 한다.



졸업식에서 교감에게 주어진 공식적인 역할은 학사보고다. 1년 동안 학교에서 추진했던 여러 가지 행사와 교육 활동 중에서 가장 특이한 점을 참석하신 내빈들과 학부모, 학생에게 보고하는 시간이다. 보고 시간은 5분 내외지만 잘만 활용하면 학교를 홍보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많은 분들이 쳐다보는 가운데 사회자의 호명에 맞춰 무대 위에 올라간다. 올라가기 전에 학교장을 포함하여 내빈들이 앉아 있는 곳을 향해 목례로 예의를 갖춘다. 누군가는 옛날 방식의 권위주의적인 모습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생각은 이렇다. 공식적인 장소에서 학교장의 권위를 높여 드리고 참석하신 내빈들에게 예의를 갖춰 드리는 것이 과연 지양해야 할 모습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나는 원고를 쳐다보지 않고 청중들을 보고 말하는 것을 선호하다. 물론 머릿속으로 어떤 내용을 이야기할지 어떻게 인사말을 간단히 할지 구상해 놓는다. 의자 200석이 가득 채워졌고 체육관 응원석까지 앉아 계시니 대략 300명 가까이 오셨다. 첫인사를 이렇게 던졌다.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학교 51회 졸업식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멋지고 아름다운 체육관에서 졸업식 학사보고를 드릴 수 있게 되어 큰 영광입니다.



학사보고를 마치고 무대 위를 내려올 때까지 동작 하나하나 신중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공식적인 역할만 있는 게 아니다. 보이지 않는 부분을 챙겨야 한다. 졸업식에 축하해 주기 위해 오시는 내빈들을 교장실로 안내하는 일도 교감의 몫이다. 오시기로 했던 분들이 못 오시는 경우도 있다. 졸업식장에 자리 배석도 중요하다. 급히 수정한다. 사회를 보는 교무부장님과 눈빛을 주고받으며 순서와 순서를 챙긴다. 순서가 매끄럽게 진행되는지 살펴본다. 졸업식을 마치면 내빈들 배웅도 해 드린다. 졸업식장에 들어가 졸업생과 학부모들 가족사진도 찍어 드린다.



어머니, 핸드폰 주세요. 제가 찍어 드릴게요.



다 끝나고 하나둘씩 체육관을 빠져나가면 남아 있는 분들과 함께 의자를 접어 원위치에 쌓아 놓는 일도 함께 거든다. 눈에 보이는데 안 할 수 없다. 교감이라고 해서 뒷짐만 지고 있을 수 없다.



I want to be < I want to live for



얼마나 높은 위치에 서고 싶은가? 보다 어떤 가치를 가지고 살아갈 것인가?를 늘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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