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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Jan 06. 2024

통지표 때문에 학부모가 방문 상담 요청을...

졸업식을 끝내고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감기 몸살 기운이 몸에 느껴졌다. 하루 집에서 쉬고 있었다. 핸드폰 진동이 울려 받아보니 우리 학교 선생님이셨다. 방학 때 교감에게 먼저 연락하는 선생님은 거의 없다. 있다면 그게 이상하다. 직감적으로 무슨 일이 있겠구나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걱정이 현실이 되었다.



통지표  때문에 학부모가 방문 상담을 요청했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보려고 교감에게 연락한 거다. 담임 선생님도 그 학부모의 학생을 떠올리며 자신이 쓴 부정적인 서술이 생각났다고 한다. 어떤 내용인지 교감에게 알려주었다.



나도 자녀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 셋째가 4학년 때다. 이맘때 통지표를 가지고 왔는데 기재된 내용을 보고 놀랬다. 아니 속상하고 화가 났다. 담임 선생님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그런 면이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이의 마지막 생활기록부 기록을 부정적으로 서술해 주다니 아내와 나는 담임 선생님을 생각할수록 기분이 나빴다. 학교에 몸담고 있는 처지이고 아직 신규 선생님인지라 별도로 연락을 하거나 다른 액션은 취하지 않았다.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교무실로 전화를 걸어 방문 상담 요청을 하신 그 학부모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내게 연락해 온 그 선생님과 40분가량 통화를 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조언은 이랬다. 생활기록부 서술은 현재의 시점보다는 학생의 발달 정도의 가능성을 최대한 기재하면 좋다는 점, 학부모와 통화할 때 먼저 충분히 이야기를 들어드리고 마지막으로 선생님의 생각을 간단하게 말씀드리라고 했다. 두렵지 않냐고 물어보니 그렇지 않다고 한다. 다만 소신 있게 담임의 입장에서 기재한 내용을 가지고 항의성 전화를 하는 사회적 구조와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



선생님 얘기도 맞다. 그리고 학부모 마음도 공감이 된다. 생활기록부 기재에 관해서는 교감도 교장도 어떻게 할 수 없다. 상담하는 방법에 대해서만 조언해 드렸다. 일이 해결될 때까지 마음속으로나마 잘 해결되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교사가 하는 일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역은 '수업'과 '생활교육'이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말하자면 '상담'이다. 학생 상담은 생활교육 차원으로 분류할 수 있다면 학부모 상담은 학생과 관련된 일이긴 하지만 범위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교사가 받아들이는 심적 부담은 크다. 순수하게 학생과 관련된 상담이라면 교사가 심적인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요즘 말도 안 되는 건수(?)로 교사를 힘들게 하는 학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 현장의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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