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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Jan 08. 2024

우리 가족 모두 학교 갑니다.

목숨을 걸고 학교 보내는 지역이 있다. 인도 서북쪽 잔스카 지역. 얼음이 얼어야 강을 건너 학교를 보낼 수 있다. 녹다 얼다를 반복하는 지역인지라 아버지가 동행해야 한다. 학비를 후원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꼬박 열흘 길을 걸어야 학교를 갈 수 있다. 공부를 위해 위험한 길을 걷는다. 얼음 담요 길 '차다'를 걷는다.  



우리 가족은 다섯 명이다. 올해부터 우리 가족 모두 학교를 다닌다. 작년과 달라진 점이 있다. 둘째와 셋째는 공부하기 위해 학교를 다니고 첫째, 나, 아내는 직장인으로 학교를 다닌다. 학교가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린다. 2024. 1. 1. 자 신규 발령을 받은 첫째는 행정실 소속이다. 갓 21살이다. 업무를 많이 받았나 보다. 전임자가 일이 많아서 공석이 된 자리에 배치받았다. 시키는 일이라 거절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하는 일보다 학교 가는 길이 힘들다고 한다.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서 40분 거리다. 버스 편이 만만치 않다. 버스를 타더라도 내려서 걸어야 한다. 자가용으로 가면 10분이면 가는 길인데 버스는 기다려야 하고 환승이 어려워 내린 곳에서 다시 걸어가야 한다. 퇴근 시간 집에 오는 길은 버스 시간이 맞지 않아서 걸어서 올 수밖에 없다. 걸어 다니는 일이 힘든가 보다. 직장에 가서도 많이 걷나 보다. 학교 부지가 5만 평이라고 하니...



아내는 눈썹 하나 꿈틀거리지 않는다.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고생도 해 봐야 한다, 걸어오면 운동도 되고 밥맛도 좋고 피곤하니까 일찍 자게 된다 등등 좋은 점을 이야기하며 학교 가는 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하루는 마음이 안쓰러워 태워 주었다가 눈총을 받았다.



월요일 아침이다. 바람이 제법 차다. 학교 가는 길이 위험하지는 않지만 버스 타고 걸어가야 하는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약해진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마음이 약해진다. 이래 봐도 19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작전에 투입된 703 특공연대 소대장 출신이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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