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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Jan 07. 2024

백만 년 만의 아내와 데이트

감기약에 의존해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다행히도 학기 중에 병약하지 않아서 감사하다. 약 기운 때문인지 활동이 가능해졌다. 아내와 함께 잠깐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백만 년 만의 데이트라고 아내는 감격해 한다. 평소에 잘할 걸. 아프니까 좋은 점이 있다. 다른 활동을 하지 않게 되고 집 안에 틀어박혀 있으니 아내와 얘기할 시간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바깥바람이 제법 차기에 데이트 장소는 실내로 잡았다. 강릉에 살면서 바다 뷰가 좋은 스타벅스 점은 커피와 담소를 나누기에 참 좋은 장소다. 강문해변점. 역시나 3층 모두 사람으로 붐볐다. 아내가 주문할 동안 2, 3층을 오가며 빈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계단을 오르내렸다. 뷰가 좋은 곳은 꼼짝도 안 할 기세다. 더운 밥 찬 밥 가릴 때가 아니라 일단 빈자리가 나면 무섭게 달려가 찜해야 한다. 다행히 한 테이블이 비었다. 다만 직사광선이 비치는 곳이라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일단 앉았다. 주문도 많이 밀리나 보다. 아내 말로는 단체 손님 주문이 있었다고 한다. 


드디어 아내가 주문한 음료를 가지고 올라왔다. 이야기하다 보니 좀 더 쿠션이 푹신한 의자가 있는 테이블로 이동할 수 있었다. 아내는 앱을 깔아서 틈틈이 스타벅스 별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오늘 드디어 새로운 신메뉴를 주문해서 별을 다섯 개씩이나 모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동안 모은 별이 29개. 골드 레벨로 업그레이드되었다고 으쓱해 한다. 혜택을 보니 제법 솔깃했다. 갑진년 청룡의 새해를 맞이하여 푸른 용 헤이즐넛 커피가 1월의 신메뉴였다. 


사실 커피 맛을 음미하기 위해 가기 보다 스타벅스가 주는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아내와 함께 바다 뷰가 좋은 곳을 가 본다는 데에 의미를 둔다. 단둘이서 얘기하는 주제는 한정되어 있다. 가족들 얘기다. 첫 직장에 출근하는 첫째 이야기가 가장 큰 이슈다. 


그나마 어제 다녀와서 다행이다. 오늘 새벽에 일어났는데 목이 많이 부었고 정신이 몽롱하다. 이번 감기는 일주일 앓아야 한다고 하는데. 잘 버터 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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