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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Jan 25. 2024

『교감으로 산다는 것』: 바로 독서 자본에서 시작된다.

교사 시절 학교를 옮길 때마다 나에게 주어진 업무는 주로 체육 관련 분야였다. 젊은 남자 교사라는 이유가 컸다. 지금은 변했지만 예전에는 체육 업무를 맡으면 방학 때에도 자유롭지 못했다. 육상부를 맡으면 학생 선수를 인솔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지도까지 도맡았다. 축구부, 농구부, 스포츠클럽을 맡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합창부를 맡아 합창 대회에 나간 추억도 간직하고 있다.


선수를 인솔해서 대회를 참가하게 되면 최소한 1박 2일이 소요되었다. 더구나 대회 당일 100m처럼 단거리 종목은 단 1분도 안 되는 경기 시간을 위해 온종일 스탠드에 앉아 있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무료하기도 하고 시간 낭비인 것 같았다. 고민 끝에 무엇인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회 출장이 있을 때 기다리는 시간 동안 책을 읽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장이 있는 날이면 전날 가방에 읽을 책을 먼저 챙겼다. 누가 보든 말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자동차 안에서 읽기도 했고 경기장에서 읽었다. 한 권 한 권 읽으면서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한 시간이 아니라 기다려지는 시간이 되었다. 허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몰입되는 시간이 되었다. 습관이 무섭다. 지금도 먼 거리 출장이 있을 때 읽을 책을 가방에 먼저 챙긴다. 차곡차곡 읽은 책을 기록한 것이 벌써 2,000권을 훌쩍 넘겼다. 통장 계좌에 돈이 쌓이듯 독서의 기록들이 누적되고 있다. 나만의 독서 자본이다. 


독서 자본은 활용처가 아주 다양하다. 글쓰기의 재료가 된다. 오늘 새벽에 글을 쓰고 있는 글감도 2017년 2월에 읽고 쓴 책 후기다. 독서로 다져진 글쓰기 근육은 글쓰기를 수월하게 만들어준다. 독서 자본이 넉넉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뿐만 아니다. 독서 자본은 강의 원고를 준비하는 원천적인 재료가 된다. 감사하게도 2019년부터 강의 기회가 주어졌다. 분야는 교육과정, 평가, 독서 등등 교육과 관련된 폭넓은 주제였다. 강의 의뢰를 받으면 주저하기보다 흔쾌히 수락부터 한다. 그런 뱃장은 어디에서 나올까? 


바로 독서 자본에서 시작된다. 그동안 읽고 쓴 독서 자본이 2,000권 넘게 기록물로 쌓여 있기 때문이다. 강의 주제에 맞게 골라 사용하면 된다. 내가 직접 생산한 기록물이기 때문에 재구성하기에도 편리하다. 지금 시대는 자본이 자본을 낳는다고 한다. 독서 자본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 시대에 독서 자본은 가공할 만한 위력을 보일 것이다. 넉넉하게 독서 자본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확연히 차이를 보일 것이다. 독서 자본만큼 수익률이 높은 것도 많지 않다. 읽고, 또 읽자. 쓰고, 또 쓰자. 독서가 자본이다.


가끔 책을 읽고 쓴 서평 또는 후기에 그 책의 저자가 답글을 남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때의 느낌은 뭐라고 할까? 인정받는 느낌이라고 할까? 묘한 감정이 든다. 사진작가 백승휴의 『외로울 땐 카메라를 들어라』를 읽고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글의 첫 부분을 소개하면 이렇다. 


“테라피는 흔히 도구를 활용하여 내면의 갈등을 풀어낼 때 사용되는 말이다. 사진작가 백승휴를 포토 테라피스트라고 하는 이유는 사진을 이용하여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치유하기 때문이다. 그는 단순히 피사체만 열중하는 것이 아니라 피사체를 찍기 전 만나고, 듣고, 관찰하고, 사유하는 과정을 거친다. 피사체의 아픔과 고민을 생각하고 사진을 통해 치유의 작업을 진행한다. 사진 찍는 심리치료사, 상담해 주는 사진작가, 인생 설계를 돕는 희망 작가다.”



출판사에서 내가 쓴 리뷰를 다른 곳에 소개하는 경우도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책을 읽고 글을 올렸을 뿐인데 책의 저자가 책 10권을 보내주시기도 했다. 




서평은 책의 저자와 소통의 창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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