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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May 12. 2023

서재를 공개합니다!

교감의 서재

아파트 문화에 살면서 나만의 서재를 갖기란 쉽지 않다. 경제적 형편이 되어 넓은 공간에 살고 있더라도 텔레비전과 컴퓨터에 우선적으로 자리를 뺏기는 경우가 많다.


서재를 갖추는 것은 공간의 크고 작은 것을 떠나 집주인의 의지에 달려 있다.



아파트에서 다섯 가족이 함께 살고 있다. 결혼 초기에는 어머니를 모셨으니 6명의 가족이 24평 공간에 함께 살았다. 서재를 꾸리기에는 사치였다. 어린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책꽂이가 필요했다. 저렴한 것을 고르다 보니 책 무게를 이기지 못해 얼마가지 않아 휘어버렸다.



40 중반이 되었을 때 좀 더 넓은 공간으로 이사가게 되었다. 마침 전에 살던 분이 거실에 만들어 놓은 붙박이 책꽂이가 있었다. TV를 설치할 수 있도록 가운데 비어 있었다. 용기를 내어 TV대신 책꽂이를 짜서 빈 공간을 메웠다. 꽤 넓은 책꽂이에  소장하고 싶은 책, 읽고 있는 책, 버리기에 아까운 책들을 차곡차곡 꽂았다. 빈 공간이 많았던 책꽂이에도 어느새  꽉 차 버렸다. 더 이상 꽂아 둘 때가 없어 몇 년 전부터 솎아내기를 하고 있다. 꼭 보관할 책이 생길 경우 기존에 꽂아 둔 책 중에서 한 권을 빼서 버리고 있다. 책꽂이를 늘리지 않기 위해. 사실 늘린 공간도 없다.



조선 시대 24인의 서재를 소개한 책이 있다. 박철상 님의 '서재에 살다'라는 책이다. 2015년에 읽었던 책이다. 24인의 독서가들은 하나같이 책을 가까이하며 살았으며 자신만의 서재를 만들었다. 정약용, 김정희, 박지원, 박제가, 이덕무, 유금 등 당대의 장서가들이기도 하다. 그중에 작은 공간이지만 자기만의 서재를 꾸려 산 이가 있다. 황상(1788~1870)이라는 분이다. 서재의 이름을 '일속상방'이라고 지었다. 이름 뜻풀이를 하면 이렇다.



일속상방, 좁쌀처럼 작은 집


조그만 서재지만 그 속에 온 세상이 담겨 있다는 말이다. 좁쌀처럼 작은 서재지만 크기로는 세상에서 제일이다라는 뜻이다. 부처님은 수미산을 겨자씨 속에 넣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공간의 크기와 상관없이 서재 안에 세상을 넣을 수 있다고 하니 지금이라도 자신만의 서재를 꾸려 보는 것은 어떤지.


"꼭 취직해서 많은 돈을 벌어야만 잘 사는 것인가? 그런 삶을 살기 위해 꼭 남에게 무릎을 굽혀야만 하는 것인가? " (서재에 살다, 53쪽, 연암 박지원의 말)


교직에 들어온 이상 돈 벌어 부자 되는 것은 애당초 나와 상관이 없는 일이다. 출세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이제 교직에 있을 날도 10년 정도 남았으니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슬슬 준비할 때다. 퇴직 뒤에 할 일도 생각해 두어야 하고.



조정래 작가의 삶을 엿본다.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25~20매를 집중해서 쓴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운동과 식사를 한 뒤 9시에 일어나 운동과 식사를 한 뒤 9시에 서재로 출근한다.


새벽 두세 시까지 죽을힘을 다해 쓴다


20년 동안 세상과 절연하고 대하소설 세 편을 썼다. 그때 술을 끊었다. 술을 마시면 이틀 뒤까지 꼬박 사흘을 숙취로 날려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되면 원고 100매가 사라진다. 그렇게 열심히 썼더니 오른팔 전체 마비, 위궤양, 탈장 등 온갖 직업병이 다 찾아왔다." (조정래의 시선, 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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