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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Feb 04. 2024

『교감으로 산다는 것』 : 오들도 교직원들에게 배웁니다

교감보다 교직원들이 더 낫다. 

교감보다 교직원들이 더 잘 섬겨준다. 

매일 교직원들에게 배우며 살고 있다.      


내 책상 위에는 직통 전화기가 있다. 교무실 대표 전화기 말고 교감 직통 전화다. 교감에게 일이 있는 분들은 교무실 대표 전화를 거치지 않고 바로 전화를 건다. 가끔 학부모에게 전화가 오기도 하지만 주로 외부에서 나를 찾는 전화가 대부분이다. 하루는 교육지원청에서 장학사 한 분이 내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왔다.    

  

   “교감 선생님! 바쁘셨나 봅니다.”

   “네?”

   “학교 전화로 걸어도 안 받으시더라고요.”

   “그래요?”     


내 책상 위에 놓인 전화기에는 부재중 전화 신호가 찍히지 않았는데. 무슨 말이지?      


   “네. 조~금 바쁩니다.”


휴대전화로 통화를 마치고 전화 수화기를 들어보니 아무런 신호가 나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전화기에 뭔가 이상이 있는 것 같았다. 혼자서 전화기를 살펴보고 있자 교무실에 있는 교무행정사님께서 왜 그러시냐고 물어보셔서 전화기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랬더니 교무부장님도 내 곁으로, 교무행정사님도 내 곁으로 오시면서 점검해 주셨다. 


   전원을 연결하는 선도 뺏다 끼워 보시고 인터넷 연결선도 확인해 보시고 최대한 원인을 발견하기 위해 애써주셨다. 순간 죄송하면서도 고마웠다. 모두 바쁘신 분들인데 고작 교감 책상에 놓인 전화기가 이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들 일어나셔서 내 일처럼 살펴봐 주셨다. 여러 차례 시도해 보셨지만 원인이 발견되지 않았다. 행정실 주무관님께도 전화를 걸어주셨다. 행정실 주무관님도 오셔서 전화기를 살펴보고 수리 업체에 연락해 주셨다.      


   “교감 선생님, 오늘이 금요일이라 업체가 다음 주에 들어올 수 있다고 합니다. 불편하더라도 기다려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잠시 뒤 행정실 주무관님께서 수리 업체 사장님과 통화를 하시면서 내 곁으로 오셨다. 설명을 들으면서 직접 전화기를 살펴봐 주셨다. 이쪽저쪽 몇 번 조작하셨다. 원인을 발견하셨는지 표정이 달라지셨다. 뚝딱 해결해 주셨다.      


   “교감 선생님, 이제 전화가 될 겁니다.”

   “정말요? 저 때문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상이 생긴 전화기를 살피기 위해 교무실 직원뿐만 아니라 행정실 주무관님까지 오셔서 관심을 가져주셨다. 마치 자기 일인 것처럼. 이렇게 매일 교직원들에게 신세 지며 살고 있다. 교직원들에게 배우며 살고 있다. 나만을 위해 살지 말고 주위를 돌아보며 살라는 메시지다. 대가를 바라지 말고 마음 다해 작은 일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살라는 경고다. 이기적 마음 버리고 이타적인 마음을 품으라고, 나이 들수록 똥고집 부리지 말고 부드러워지라고, 직위가 있을수록 너그러운 행동을 보이라고, 바쁜 척하지 말고 주위를 돌아보라는 충고다. 지갑을 열어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야겠다. 교감은 혼자 모든 일을 다 할 수 없다. 함께 해야 한다. 함께 하는 사람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 도우며 살아야 한다. 오늘도 교직원들에게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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