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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Feb 05. 2024

「교감으로 산다는 것 」 : 교감이 교감을 알아본다.

학교 안에서 다양한 구성원들을 규합하고 통합하며 크고 작은 일들을 책임지며 만능 해결사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교감 선생님들을 만난 적이 있다. 다른 지역에 근무하고 있는 교감 선생님들이지만 동병상련이라고 할까. 같은 일을 하고 있고 같은 상황들을 경험하고 있는 분들이라 만남의 첫 시작부터 감회가 새로웠다. 



교감이 교감을 알아본다. 긴 말을 하지 않더라도 현장에서 어떤 어려움을 만나고 있는지 다 알 수 있다. 그분들 앞에서 약간의 지식을 전달하는 시간이었지만 솔직히 서로 얼굴을 보며 편안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러나 자리가 자리인지라 정해진 시간 안에 주어진 내용을 전달할 수밖에. 자리 배치도 조금 유연하게 하고 싶었지만 이것마저도 교감 선생님들께 말씀드리는 것이 송구스러울 정도로 이 시간만큼은 편안하게 앉아서 쉼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열세 분의 교감 선생님들에게 책 한 권씩 선물해 드리고 싶었다. 물론 독서 취향이 다르겠지만 그래도 한 권씩 가지고 가실 수 있도록 준비했다. 독서를 통해 안목을 넓히고 독서를 통해 힘을 얻으시라고. 



교감 선생님들에게 권한을 좀 더 부여해 드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의기소침된 교감 선생님들의 처진 어깨를 세워 드리는 분위기로 전환되었으면 한다. 학교자율시간이 현장에 잘 적용될 수 있도록 교감 선생님들의 역할을 말씀드렸다. 선생님들에게만 맡기지 말고 이제는 교감 선생님들이 직접 중요한 점들을 챙기시라고 중요 포인트를 반복해서 말씀드렸다. 그러던 중 한 분의 교감 선생님이 볼멘소리로 혼잣말을 하셨다. 


 

‘교감에게 교육과정을 결재할 권한도 주지 않는데 무슨 수로...’


 

교감 선생님 심정을 다 알 것 같다. 교감 선생님이 교육과정의 전문가로 중심에 서서 진두지휘를 하고 싶어도 교감 선생님의 손과 발을 묶어 놓은 정책들이 몇 가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눈 뜨고 자세히 살펴보면 교감 선생님이 교육과정의 중심에 설 수 있는 빈틈이 분명히 있다. 이걸 말씀드렸다. 마음속으로 내려놓지 마시고 새로운 교육과정에서는 교감 선생님이 꼭 전문가가 되셔야 한다고 응원해 드렸다. 



단위 학교의 상황이 모두 다르다. 천편일률적으로 동일하게 적용할 수 없다. 2022 개정 교육과정부터는 교육과정이 편성되어 하달되는 시스템이 아니라 단위 학교별로 설계하는 수준으로 상향 업그레이드되었다. 설계하기 위해서는 눈을 높여야 한다. 멀리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 지역의 특색을 담아내는 일부터 시작하여 진로연계교육 실천 방안, 정보교육 확대에 따른 편성, 문해력 확대에 따른 1~2학년 국어 시수 조정, 신체 놀이 활동 중심의 통합교과 운영을 위한 행정, 재정적 지원 방안 등 교감 선생님들이 조정하고 질서를 잡아가야 할 일들이 과제로 남았다. 숨과 재충전의 자리에서 오히려 무거운 짐만 안겨드리고 온 것은 아닌가 싶어 죄송할 따름이다.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다산 정약용에게 멘토가 있었다. 영의정 채제공이었다. 그는 정조 임금 당시 남인 계열의 당수였다. 정조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었던 혁신가 정약용을 향해 시기와 질투, 음모를 꾸미는 세력들이 많았다. 그런 가운데 다산 정약용에게 자세한 인생의 지침과 난관을 극복해 나갈 묘약을 제시해 준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채제공이었다. 채제공은 다산 정약용에게 있어 영원한 멘토였다. 교육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나에게도 멘토로 삼을 만한 인물이 있다. 야누시 코르차크다. 그의 모든 관심사는 아이들에게 있었다. 아이와 사귀는 사람, 아이를 잘 아는 사람, 아이에게 호의적으로 남는 사람이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난 지 25년이 되었다. 지금도 아이들을 만나지만 초심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앞으로 남은 11년을 직업인의 삶이 아닌 교육자의 삶을 살아가야겠다. 몸부림칠 수밖에 없다. 더 편함을 추구하는 삶이 아닌 더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 아이들을 위한 삶이냐, 나의 안위를 위한 삶이냐. 끊임없이 나와 싸워야겠다.


『교감으로 산다는 것』 

1장 교감으로 산다는 것은

2장 교감으로 버틴다는 것은

3장 교감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① 오늘도 교직원들에게 배웁니다. 

② 교감이 교감을 알아본다

4장 교감으로 만난다는 것은

5장 교감으로 만족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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