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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Feb 07. 2024

「교감으로 산다는 것 」 : 여백이 필요하다.

한국화의 미는 여백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뭔가 꽉 찬 그림은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다. 여백이 있을 때 보는 사람도 한결 마음이 편하다. 


   직장 안에서 사람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공간을 인정해야 한다. 침범하지 말아야 한다. 친하다는 이유로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 나 스스로 건강함을 유지하기 위해 여분의 공간을 챙겨야 한다. 함께하기 위해서는 정신 건강을 최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다. 퍼주다 보면 고갈된다. 고갈될 때까지 퍼주면 지속성을 유지할 수 없다. 함께 하되 나로 있을 수 있는 여분의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가끔 장거리 출장을 가곤 한다. 오늘도 꽤 먼 거리의 출장을 다녀오게 되었다. 학교로 출근하지 않고 바로 출장지로 떠난다. 오늘 같은 날은 교무실에 교감이 없다. 교무실에 여백이 생긴다. 교직원들이 한결 마음 편하게 들어올 수 있다. 교직원들이 잠시나마 여백을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평상시에는 마땅히 갈 만한 곳이 없다. 요즘처럼 영하권 날씨에는 운동장에 나가 있기도 쉽지 않다. 주기적으로 할 일이 없더라도 교무실에 여백이 생기도록 밖에 나가 주어야 한다. 


   최근에는 신축된 체육관을 피난처 삼아 교무실 여백을 만들고 있다. 넓은 체육관에 책을 읽으며 걸어 다닌다. 한적하고 조용해서 책 읽기에 좋다. 학생들이 배드민턴을 하기 위해 들어와도 책 읽기를 중단하지 않는다. 교감이 딴짓하는 게 아니라 걸어 다니면서 독서한다는 것을 보란 듯이 보여준다. 


   선생님들이 교감의 제안에 거절하는 경우가 있다. 거절이 아니라 여백을 두기 위한 제스처임을 기억하자. 거절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거절하는 쪽도 마찬가지다.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거절이 필요하다. 거절은 반대가 아니라 여백이 필요하다는 표현이다.      


“이철수의 판화에서 힌트를 얻어 만든 것이 풀무원 지면 광고였는데요. 콩 하나만 놓고 주변을 비워버렸어요. 그래도 꽉 찬 느낌입니다. 이철수처럼 여백을 살려서 만든 광고예요”

_ 『책은 도끼다』, 29쪽.


『교감으로 산다는 것』 

1장 교감으로 산다는 것은

2장 교감으로 버틴다는 것은

3장 교감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① 오늘도 교직원들에게 배웁니다.

② 교감이 교감을 알아본다. 

③ 설레는 마음은 잠깐

④ 여백이 필요하다.

4장 교감으로 만난다는 것은

5장 교감으로 만족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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