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창수 Feb 14. 2024

교감으로 산다는 것, 토요일 아침부터

토요일 아침, 학교로 출근했다. 교감으로 해야 할 일을 만들었다. 월요일까지 길게 끌고 갈 문제가 아니었다. 금요일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카톡을 받았다. 카톡 내용을 읽자마자 전화를 걸어 내용 확인부터 했다. 직감했다. 이 문제는 천천히 가지고 갈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담임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교감이 직접 전면에 개입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금요일 오후 해당 학부모와 통화를 나눴다. 내가 받은 느낌은 오만함이었다. 사람은 통상적으로 마음으로 느껴지는 것이 있다. 잘잘못을 떠나 인간적으로 와닿는 말 못 할 느낌이 있다. 전화를 끊고 내가 느낀 것은 불쾌감이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표현할 수 없었다. 토요일 아침 학교로 갈 테니 만나자고 했다. 나에게 몇 가지를 요구했다. 듣고 흘려보냈다. 


   밤잠을 설쳤다. 깊게 자지 못했다. 새벽에 일어나 교회 새벽 기도회에 참석했다. 오늘 학교로 찾아오는 학부모님을 위해 기도했다. 교회 청소를 마치고 목사님과 단둘이서 콩나물국밥을 먹고 들어오니 아침 7시 10분이었다. 얼른 씻고 옷을 갖춰 입은 뒤 학교로 향했다.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는 50킬로 미터다. 약속 시간인 9시 전까지 학교에 도착해야 했다. 


   학부모와 대화는 꼬박 한 시간 걸렸다.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때로는 위로의 말도 잊지 않고 경청했다. 그 시간만큼은 나는 교감이 아니라 그저 뭔가 잘못한 사람 그 자체였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교차했다. 학교에 몸을 담고 아이들 때문에 존재하는 교직 생활을 지금까지 해 왔다. 지금은 담임 선생님들이 곤란해하는 부분을 직접 마주하며 정답도 없는 대화를 하고 있다. 


   교감이라고 해서 뾰족이 해결할 방법들이 많지 않다. 요즘 학교 내에서도 교감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모든 지시를 통제로 받아들이는 분들이 있다. 학교 내에서도 이럴진대 학교 밖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오늘 그렇게 한 시간을 경청해 드린 결과, 잘 마무리되었다. 속은 문드러졌다.


『교감으로 산다는 것』 

(2024년 출간을 목표로 준비 중, 197쪽)

1장 교감으로 산다는 것은

2장 교감으로 버틴다는 것은

3장 교감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4장 교감으로 만난다는 것은

① 토요일 아침부터

5장 교감으로 만족한다는 것은


매거진의 이전글 교감으로 산다는 것, 플레잉 코치로 살아가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