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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Feb 15. 2024

교감으로 산다는 것, 상담이 아니라 대화로

지난 목요일에 알게 된 학부모 민원(?). 당일에는 학생 아버지와 통화 한 시간, 다음 날 오전에는 학생 어머니와 통화 한 시간. 오늘은 학교 근처 카페에서 학생 아버지, 어머니와 두 시간 상담. 


 

 “어머님! 전화로 통화하니까 내용이 잘 전달되지 않습니다. 만나서 얘기했으면 좋겠습니다. 시간 한 번 내주시죠!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 다 뵐 수 있는 시간이면 좋겠습니다.” 


‘와우, 성공이다!’ 학생과 교사와의 갈등, 학부모와 교사 갈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단 만나야 한다. 얼굴을 보고 만나야 한다. 전화로 오랜 시간 통화를 해도 같은 얘기만 하게 된다. 마음을 전달하기가 어렵다. 목소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부담스럽지만 만나야 한다. 가능하면 해당 학생의 아버지, 어머니 둘 다 동시에 만나는 것이 가장 좋다. 


 

“11월인데도 날씨가 여름 같죠?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어떠세요? 오늘 커피는 제가 사겠습니다.”

“아닙니다. 저희가 사겠습니다.” 


 

첫 만남에서 이 정도 대화를 주고받았으면 첫 단추가 잘 끼워진 셈이다. 상담보다는 대화로 만남을 시작한다. 마주 앉은 학부모가 편안한 대화 시간인 것처럼 한다. 대화의 주도권은 교감에게 있지만 상담 시간 대부분은 학부모와 이야기를 듣고 반응하는 것이다. 오늘 대화의 대부분은 학부모의 불만 사항, 요구 사항을 듣는 시간이었다. 마지막에 가서 교사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점, 앞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부분을 하나하나 짚어가면 말씀드렸다. 목소리의 톤도 점점 낮아지고 교감의 얘기를 경청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지점이 있다. 상담을 서서히 마무리해도 된다는 신호다. 마무리는 감사와 칭찬의 말로 끝을 맺는다. 


 

“오늘 어려운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는 학부모님의 마음을 저도 배우고 싶습니다.”

“교감 선생님,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요. 앞으로 혹시 불편한 점 있으시면 제게 바로 전화 주세요.”


 

학부모님과 상담 시간에 대화를 나누었다. 생각과 마음을 나누었다. 소통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물이 물길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하면 된다. 억지로 물길을 돌릴 필요가 없다. 대화를 통해 감정이 자연스럽게 표출되도록 하면 된다. 학부모님과 만남은 상담이기보다 대화다. 카페에서 나와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 상담 결과를 담임 선생님께 전화로 말씀드렸다. 편안한 주말 보내시라고 말씀드렸다. 


『교감으로 산다는 것』 

(2024년 출간을 목표로 준비 중, 199쪽)

1장 교감으로 산다는 것은

2장 교감으로 버틴다는 것은

3장 교감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4장 교감으로 만난다는 것은

① 토요일 아침부터

② 상담이 아니라 대화로

5장 교감으로 만족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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