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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Mar 01. 2024

교감으로 산다는 것, 교감도 방학이 좋다.


방학이라는 단어는 영어로 vacation이다. 불어로 vacances, 라틴어로 vacatio이다. 그 뜻은 ‘텅 비움’이다. 일하는 사람이 휴가를 다녀오는 이유는 일상을 텅 비우고 더 잘하기 위함이다. 교사도 더 잘 가르치기 위해 텅 비울 필요가 있다. 교감도 교감 역할을 더 잘하기 위해 텅 비울 필요가 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급히 말을 달리다가도 가끔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본다고 한다. 너무 빨리 달린 나머지 자기 영혼이 미처 못 따라올까 걱정하는 마음에서.





업무, 민원, 상담 등 정신없이 한 학기를 보내다 보면 정신이 쏙 빠진다. 교직원들과 미묘한 갈등이 생기면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기름이 바닥난 자동차가 털털거리듯 겨우겨우 근무하고 퇴근하곤 한다.





방학을 통해 텅 비우는 일이 중요한 이유는 쉼 없이 달려온 삶을 돌아보기 위함이다. 새로운 것을 담기 위해서는 일단 비워내야 한다. 방학이라는 휴가는 비움의 시간이다. 다람쥐 쳇바퀴처럼 살아온 삶에 약간의 느슨함을 주는 시간이다. 그렇다고 오해하지 말기를. 방학 기간 무조건 쉬는 것은 아니다. 





방학 중에도 출장을 다녀올 일들이 많다. 이번 방학에만 잡힌 것도 무려 다섯 건이나 된다. 교감 자격연수 출강, 교육과정 총론 협의회, 교육부 개정 교육과정 연구학교 협의회, 특수 행동 지원 연수, 강원특별자치도 교육 활동 보호 학교 지원단 회의. 출장이 없는 날이면 학교에 출근한다. 방학이라고 해 봤자 사실상 일주일 어간의 시간 정도만 텅 비움의 시간이 허락된다. 그래도 방학이 주는 느낌 자체가 참 좋다.





방학 기간 출근하면 학교 전체가 조용해서 좋다. 북적북적했던 교문도 한산하고 늘 아이들로 붐볐던 복도와 현관은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적막하다. 교무실도 마찬가지다. 교무실이라는 공간은 교실과는 다르게 교직원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자 학교를 찾아오는 손님들이 자주 방문하는 곳이다. 방학 때에는 찾아오는 분들이 없어 참 좋다. 학생이 없으니 학부모 민원전화도 없다. 방학 중에도 교무실에는 상주하는 근무자가 있다. 방학에는 학기 중보다 업무가 많지 않은 편이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나름 몰입해서 독서를 할 짬도 생긴다. 출근도 여유 있는 마음으로 할 수 있어 좋다. 학기 중에는 출근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고속도로를 이용하지만 방학 중에는 여유가 있기에 바다가 보이는 국도를 따라 풍경을 감상하며 출근한다. 강원도 영동 지역에 사는 직장인들이 누리는 특권이다. 가끔 스타벅스에 들러 커피 한 잔을 주문해서 마시는 여유도 부린다. 평소에는 바글바글하던 스타벅스도 아침에는 한산하다. 좀 더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탁 트인 창밖을 보며 조용히 있다가 가고 싶을 때도 있다. 





방학 중에는 평소에 집중하지 못했던 독서와 운동에 시간을 많이 쓰는 편이다. 신경이 분산되는 일이 적기에 집중 독서를 할 수 있다. 체력을 보강하는 일도 빠뜨리지 않는다. 건강해야 일에 집중할 수 있다. 그렇다고 헬스장을 다닌다거나 고정적인 운동 클럽에 다니는 것은 아니다. 집 근처 근린공원 계단을 오르내리며 다리 근력을 키우는 운동, 어머니 집에 찾아가 풀 뽑기, 집 안에서 책 읽을 때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열 번 팔 굽혀 펴기를 한다. 다음 학기를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불편함은 참는다. 




『교감으로 산다는 것』 


(2024년 출간을 목표로 준비 중, 201쪽)




1장 교감으로 산다는 것은


2장 교감으로 버틴다는 것은


3장 교감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4장 교감으로 만난다는 것은


5장 교감으로 만족한다는 것은


① 담임 선생님이 최고입니다.


② 학부모 앞에서 강연할 때


③ 교감도 방학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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