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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Apr 01. 2024

항아리 삽겹살을 아세요?

청년들을 만날 기회가 참 많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구성원의 대부분이 20대 젊은 교사였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갓 졸업한 교사가 있다. 사고가 경직되어가고 있는 나에게 그들은 어색한 존재였지만 자주 만나고 접하면서 조금씩 유연해지고 있다. 경험해 봐야 선입견이 사라지고 그들을 이해할 수 있다. 암만 책으로 읽으면서 공부해 봐도 직접 부딪친 것만 못하다.



사실 학교에서 근무할 때보다 오래전부터(20년은 된 것 같다) 젊은 청년들을 만나오고 있다. 지금은 인근 주변 가톨릭관동대학교 학생들과 일주일 한 번은 만난다. 많게는 10여 명에 이른다. 그들과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기도 하고 운동도 함께 한다. 기회가 되면 등산도 하고 식탁에도 함께 마주한다.



어제가 바로 그날이다. 항아리 삼겹살 파티를 함께 했다. 솥뚜껑 삼겹살, 돌판 삼겹살은 들어봤어도 항아리 삼겹살은 처음이다. 손수 제작한 도구다. 물론 내가 제작한 것은 아니다. 된장이나 고추장을 보관해 두는 항아리를 활용한 것이다. 아래 세 군데에 바람 구멍을 뚫었다. 항아리 내부 온도를 측정할 수 있는 온도계도 설치해 놓았다. 항아리 입구에 통 삼겹살을 걸어 둘 수 있는 갈고리도 있다. 마지막 과제는 내부 온도를 150도에서 200도가량 유지할 수 있는 숯불을 지펴 항아리 밑에 놓는 것이다.



항아리 삼겹살은 못 잡아도 4~5시간 걸린다. 은근히 열기로 고기를 익혀 내는 방법이기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장점은 기름이 쏙 빠진다는 점이고 고기의 살이 육포처럼 쫄깃쫄깃 해진 다는 점이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누군가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필요하다. 정육점에 가서 통으로 고기를 썰어와야 되고 숯불을 피워야 하며 다 익은 고기는 먹기 좋게 굵직 굵직 썰어 놓아야 한다. 매번 섬겨주시는 분은 우리 교회 목사님(이영길)이시다.



아르바이트 가는 청년들을 먼저 먹이고 순차적으로 남는 청년들이 허겁지겁 맛있게 먹는다. 나는 제일 나중에 먹는다. 맛있게 먹는 청년들을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 낯선 청년 한 명이 찾아왔다. 스물다섯 살 되는 청년인데 타지에서 학업을 위해 온 청년이다. 예의도 바르고 붙임성도 좋았다. 항아리 삼겹살에 반해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젊은이들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은 함께 먹는 것이 제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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