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교사마음지원센터 이준원 소장님을 만났다. 그는 덕양중 교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매주 목요일마다 학부모 자치회를 중심으로 써클 대화모임을 만들었다. 학부모들이 둥그렇게 모여 서로 얼굴을 보며 나눠 드린 질문지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써클 안에서 상처와 아픔을 치유되는 경험을 맛보도록 대화 모임을 이끌었다. 대화 모임에 나왔던 많은 학부모들이 교장님의 든든한 지원자가 되고 학교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되었다고 한다. 

소규모 모였던 교사 모임에서도 대화 모임은 큰 위력을 발휘했다. 닫혀 있던 창이 활짝 열리듯이 서로 굳게 닫아 두었던 마음의 문을 열었다. 개인적인 상처와 아픔을 공개하고 서로 위로하고 경청하는 모임 속에서 치유의 역사가 일어났다. 교장이 되어서도 함께 근무하는 교사들과 대화 모임을 가지고 아파하는 선생님들을 위로했다고 한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학교를 구성하는 모든 구성원들이 알고 보면 모두 상처가 있고 아픔이 있는 사람들이다. 마음이 아프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공격적인 행동이 나오고 말이 나오는 것이다. 

학교 중간 관리자인 교감님들이 학교 안에서 어려움에 직면하는 것은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이다. 아픈 사람들과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상처를 주는 교사들을 아픈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상처를 받게 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긍휼한 마음으로 이해하고 위로해 줄 수 있지 않을까. 가시 돋친 말을 쏟아붓는 학부모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픈 이들이다. 가정이 평화롭다면 그렇지 않을 것인데 관계 속에서 얻은 상처가 곪아 역으로 학교에 불평을 쏟아내는 것이다. 민원의 중심에서 조정자의 역할을 해야 하는 일선 학교 교감님들이 덜 상처를 받기 위해서는 세상에 아픈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교감을 교감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 교직원들 때문에 상처받지 말자. 그분들도 아픈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면 너그러운 마음으로 웃으면서 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준원 소장님처럼 학부모 대화 모임을 주도적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학부모 총회 때에도 형식적인 설명회 보다 대화 모임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우리 아이가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자랐으면 합니까?"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평화롭고 안전한 곳이 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우리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공통된 질문으로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한다면 서먹서먹한 관계도 조금씩 친밀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