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이지만 집을 떠나 출장지에 있습니다. 1인 1실로 배정해 주신 기관의 도움으로 오래간만에 생각지도 못한 쉼을 갖습니다. 숙소에 혼자 있을 때에는 몇 가지 유혹이 있습니다. 편안하게 침대에 누워 TV를 볼까 하는 유혹 말입니다. 집에서 출발할 때 작정하고 책 한 권을 끼고 왔습니다. 피곤이 몰려오는 저녁이지만 조용한 분위기 속에 책 한 권을 읽다가 자려고 합니다. 얼마큼 읽을지 장담은 못 하겠지만 책 읽는 시간은 개인적으로 일상의 삶과 거리를 둔 나름 성찰의 거리라고 생각합니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에는 좀 쉬라는 신호를 몸으로 느낍니다. 직장에 있을 때에는 쉬는 것이 쉬는 것 같지 않습니다. 책 한 줄도 편안하게 읽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출장지에 와서 일과를 마치고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은 1년을 돌아보아도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좀 전까지 많은 사람들 틈바구니에 있었습니다. 거의 100명은 된 것 같습니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인사를 하고 식사를 하는 시간은 나름 소중한 시간인 것은 분명한데 몸의 에너지가 소진됩니다. 아마도 이번 주 살아온 삶의 속도가 만만치 않았기에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주는 굉장했습니다. 강릉을 기준으로 하루는 춘천을 다녀오고 또 하루는 경북 칠곡군을 다녀오고 오늘은 횡성을 왔으니 말입니다. 춘천과 칠곡은 당일 치기로 다녀왔으니 몸이 피곤할만합니다.
피곤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누군가 다가와 이야기 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먼저 다가가 인사를 합니다. 오늘 출장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저보다 나이가 어린 분들입니다.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먼저 다가가 인사하지 않으면 저 혼자 고립되기 십상입니다. 먼저 인사했더니 좋아하십니다. 다음번에 만날 때에는 어색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녁 식사 자리에도 모르는 사람들과 동석을 했습니다. 밥을 함께 먹고 나니 덜 어색해졌습니다.
비교적 젊은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부분 교장, 교감 선생님이 자신들이 학교를 비우고 출장 다니는 일을 썩 반기지 않는다고 하면서 아쉬워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왜 학교 관리자들은 선생님들이 출장 나가는 것을 못마땅해할까 생각해 봅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학급 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다는 점, 수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 출장비와 관련하여 과도한 지출이 예상된다는 점 등등의 이유가 있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은 '사람'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평소에 소통을 통해 서로 신뢰하는 관계였다면 오해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선생님이 성장해 가는 모습을 가장 기뻐해야 할 사람이 학교 관리자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견제하고 자제시키려고 하는 이유는 소통의 부재에서 생긴 결과인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스스로를 돌아보았습니다. 나는 어떤가? 나도 선생님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선생님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해 드리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해 봅니다.
블로그에 글을 쓰다 보니 벌써 눈이 반쯤 잠깁니다. 밤 9시가 약간 넘었는데 말입니다. 책 좀 읽고 자야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