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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Apr 27. 2024

불청객처럼 다가오는 비염

숙소 창밖을 통해 바라본 이른 아침 풍경입니다. 간 밤에 피곤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다 깨다 두세 차례 반복했던 것 같습니다. 폭신한 베드와 베개, 조용한 분위기. 잠들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임에도 집에서처럼 편안하게 잠들지 못했던 것은 아마도 신경이 예민한 탓도 있겠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어색했기 때문이었던 것이 큰 것 같습니다. 


사실 집보다 어젯밤 묵었던 숙소가 손색이 없을 정도로 환경이 좋았지만 가족만큼 안정감을 주는 것은 세상에 없는 듯합니다. 밀집된 아파트 베란다에서 보이는 풍경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숙소에서 바라본 풍경은 참 고즈넉하고 아늑해 보이지만 그래도 가족들과 호흡하고 있는 집에서 맞이하는 아침이 더 편안합니다. 


사월과 오월 넘어가는 이 시기에는 매일 괴로운 아침을 맞이합니다. 잔인한 사월입니다. 불청객처럼 다가오는 비염이라는 녀석은 옴짝달싹 못하게 불편한 아침을 맞이하게 합니다. 코를 풀고 닦고 반복하기를 자주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침 시간 한두 시간만 잘 버티면 됩니다. 독한 약을 복용하지 않고서도 버틸 수 있어 감사합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면역력도 약해지나 봅니다. 그만큼 쉬라는 신호이고 분주한 삶보다는 여유 있는 삶으로 패턴을 바꾸라는 경고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마음만큼은 청춘이라는 말에 속아 넘어가지 말아야겠습니다. 


이제 곧 있으면 약속된 아침 먹는 시간입니다. 출출하지는 않지만 아침은 먹어야 허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출장 오면서 꼼꼼히 챙긴 것 같았는데 그만 전기면도기 상태를 점검하지 못하고 왔습니다. 까칠까칠한 수염 그대로 숙소를 나서야겠습니다. 수염이라고 해봤자 도드라지게 보이지 않을 정도이지만 면도를 하지 않았을 경우 티가 나나 봅니다. 아내의 잔소리가 귀에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


1박 2일의 짧은 여정을 마치고 그리운 집으로 돌아갑니다. 쉼을 가질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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