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갑이잖아요"

교감의 자책

by 이창수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앞뒤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선생님께만 짐을 안겨 드려서..."



"요즘은 학부모가 갑이잖아요. 저는 훌훌 털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표정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나의 잘못을 이야기했지만 선생님의 상처 난 마음은 아물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어제부터 선생님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교무실에 들어오는 모습도 평소와는 달랐다. 마음이 불편하다는 것이 표정에 역력히 드러나 있었다. 퇴근하고 나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하다가 다음 날 쉬는 시간을 이용해 선생님을 찾아갔다.



그렇다. 스스로 자책하는 마음이 결코 나쁜 것은 아니다. 자신의 결함이나 잘못에 대하여 스스로 깊이 뉘우치고 자신을 책망하는 것은 뒤볼 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만든다. 사과하고 나니 무거웠던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다. 올해 두 번째 실수다.



그날은 강릉에 산불이 크게 있었던 아침이었다. 바람이 참 세게 불었다. 산불로 축구장 530개에 해당하는 면적이 피해를 입었을 정도였으니까. 산불의 피해가 컸던 것은 강풍 때문이었다. 순간 초속 30m, 시속으로 환산하면 136km의 초고속 바람이 불었다고 한다.



출근길 고속도로에서도 바람의 강도가 느껴졌다. 안전 문자가 계속 울리고 교육지원청에서도 강풍으로 인한 학교 수업 차질 여부를 조사했다.



여느 때처럼 교장님과 함께 교장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교장실로 전화가 걸려왔다. 학부모 전화였다. 화근은 강풍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학교에서는 사전에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았냐는 내용이었다. 아침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의 부모였다.



교장실에서 나와서 담당하시는 선생님에게 긴급하게 이런 내용을 쪽지로 알리고 직접 통화를 부탁드렸다. 이런 과정 속에서 담당하시는 선생님은 속상함과 억울함, 말 못 할 감정으로 상처를 입었다. 교감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선생님과 대화를 나눠보니 학부모 생각과 다르게 만약을 대비한 활동 장소까지 사전에 공지한 상태였다. 단지 학부모가 확인하지 못한 건데 다짜고짜 선생님 보고 전화하라고 했으니 속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거기다 교감까지....)



"요즘은 학부모가 갑이잖아요. 저는 훌훌 털어버렸습니다"




선생님의 이 한 마디가 가슴에 박힌다.




작년 이 맘 때를 돌아보니 그때도 걱정하고 염려했던 부분이 있었고 스스로 후회하고 자책했던 마음을 가졌었다. 작년 기록이다.



"3월 새 학기를 맞이하는 어느 날 나도 만선을 꿈꾸며 돛을 띄울 계획이었다. 작년에 한 해 정도 살아봤으니 올 해에는 비교적 축적된 경험으로 자신감 있게 헤쳐 나갈 꿈을 간직했다.



차곡차곡 계획한 일들이 진행되고 왠지 술술 잘 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을 때까지는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만큼은 가벼웠다. 하지만 미처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오류를 발견하고 어찌 돌이킬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그야말로 마음속에 무거운 돌덩어리가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나 혼자만으로는 도저히 치울 수 없을 만큼의 근심의 돌덩어리는 좀처럼 움직일 기미가 안 보인다. 결국 실수가 만회되도록, 만에 하나의 극단의 결과가 일어나지 않도록 기도할 뿐이다.



사람은 늘 실수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완벽한 것 같지만 늘 허술한 면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실수 또한 약이 되고 좋은 경험이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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