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교사여서 다행이다!

by 이창수

모교 동문회 행사가 있었던 날이다.



개회식 때 선배님 한 분께서 마이크를 잡고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제가 교사였던 게 참 다행입니다"



본인 나이에 아직도 월급을 받으면서 직장 생활하는 사람은 아마도 몇 되지 않을 거라며 웃으시면서 말씀하셨다. 당시 교대가 2년제였기 때문에 일찍 교사 생활을 하게 되었고 지금은 근무한 지가 무려 40년이 되었다고 하신다. 새까맣게 어린 젊은 선생님도 당장은 힘들더라도 참고 인내하며 수고하면 좋은 일들도 많을 거라는 격려의 이야기도 덧붙여해 주셨다.



맞다. 나도 마찬가지다. 내 나이에 교사로 첫 발을 내딛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무엇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생각해 보면 지금의 생활이 참 감사하고 행복하다. 교사 직업 만족도가 떨어지고 있지만 말이다.




예전과 다르게 모교 동문회 행사에 참가하는 동문들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모이는 것 자체를 불편해하는 분위기다. 동문에 대한 소속감도 예전 같지 않다.



동문회 소속감을 가지라는 의미에서 자주 회자되는 말이 있다.



"이름은 바꿀 수 있어도 학적은 바꿀 수 없다"

"주소는 변경할 수 있어도 내가 나온 학교는 변경할 수 없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도 동문들이 꽤 있다. 몇 주 전부터 함께 동문 행사에 참가하자고 권유를 해 보았지만 썩 반기는 표정이 아니었다. '꼭 가야 하냐'라고 물어보면 '무조건 가야 한다'라고 얘기해 줄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기에 모른 척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젊은 교사들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일종의 타협안을 제시했다.



"선생님, 동문 행사 참여 부탁드려요. 오래 있지 않아도 괜찮으니 개회식 마치면 알아서 눈치껏 나가셔요. 저도 중간에 몰래 빠져나갈 계획입니다"

(물론 나는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 말이 통했는지 마음을 바꿔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다. 그리고 약속(?)대로 몰래 빠져나갔다.




선생님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움직여 가는 것이 리더십이라고 <AI 분석으로 발견한 상위 5% 리더의 습관>에서 말하고 있다.



"리더십이란, 조직 안에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술이다"



결국 리더십은 차이를 가진 사람들을 공감하는 것이고 그들을 숫자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다!



참고로 MZ 선생님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하면 좋을 것 같다. 체육행사를 하더라도 식사만큼은 소규모로 진행하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한 장소에서 같은 식사 메뉴로 하기보다 집행부가 수고스럽겠지만 세대별 또는 학교별, 같은 나이대 등으로 분리해서 좋아하는 메뉴와 식사 장소를 선택하게끔 여유를 준다면 조금이나마 참여를 더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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