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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May 12. 2024

언어가 사건을 보는 시각을 결정한다.

책을 읽다가 고두(叩頭)라는 낱말을 보았는데 처음 들어보는 단어라서 눈 길이 꽂혔다. 


네이버 한자 사전에는 경의를 나타내려고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읽던 책에서는  너무 과하게 고개를 숙였다고 한다. 


상대방에게 고개를 숙이되 비굴하게 처신하는 모양이다. 

경의를 표한다는 것은 좋게 보이나 머리를 조아리는 모양은 무기력한 모습이다. 힘 앞에 굴종하는 모습이다. 


외교 무대에서 독일이 중국의 인권 문제를 건드리자 중국은 돌연 자세를 바꾼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독일 입장에서는 중국 앞에 고두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은 냉정하고 빠르게 대응했다. 방문이 취소되고 국가 간의 대화가 중단되었다. 독일은 중국의 강도 높은 분노를 느꼈다"  

『위기의 시대 메르켈의 시대, 앙겔라 메르켈 공인 전기』, 273쪽.


최근 앙겔라 메르켈에 대해 읽고 있다. 동독에서 35년 동안 살다가 통일된 독일에서 총리를 16년간 지낸 입지적인 인물이다. 과학자이며 개신교 목사의 딸이기도 하다. 김누리 교수의 책을 읽다가 독일에 관심이 생겨 도서관에서 두 권을 빌려 왔었다. 주로 독일 정치, 유럽의 정치에 관한 내용이다. 지난 10년 동안 지구촌에서 일어난 큰 사건들이 소개되어 있다. 전쟁, 금융위기, 테러 등을 독일 총리 메르켈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정치는 교육과는 한참 떨어진 영역인 것 같지만 정치와 관계없는 영역은 아니다. 메르켈 총리가 구사하는 정치적 메시지가 돋보인다. 깔끔하고 정갈하다. 이해관계가 얽힌 국제 정치에서는 메시지가 참 중요하다. 


"언어가 사건을 보는 시각을 결정한다" (236쪽)


홀로코스트란 번제물로 바쳐져 완전히 불에 타 죽은 동물을 표현하는 단어다. 반면 히브리어 '쇼아Shoa'는 대재앙 혹은 참사를 뜻한다. 메르켈은 홀로코스트라는 말을 잘 쓰지 않았다. 


'어휘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직장에서 교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사건을 보는 시각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어떤 어휘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교직원들의 반응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일수록 어휘 공부, 언어 공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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