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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May 18. 2024

고도원 정신

언제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매일 아침마다 고도원 편지를 메일로 수신했다. 누군가가 나를 추천해 준 것일 테다. 쌓여가는 메일함에서 고도원의 아침 편지를 쓰레기 취급하며 삭제했던 날들도 있다. 그러다가 마음의 여유가 있는 날에는 보내온 아침 편지를 클릭해서 자세히 읽어보기도 했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대충 읽어본 날이 많았다. 죄송하다. 아침 편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게 된 후부터는 바쁘다는 핑계로 함부로 편지를 삭제하지 않는다. 나중에 읽더라도 고이 모셔둔다. 아침 편지의 진가를 알기 때문이다.



고도원이라는 이름이 참 멋지다. 멋진 이름을 선물 받은 것 같다. 성과 이름을 함께 부를 때 완벽한 조합으로 느껴진다. 고도원 정신이 무엇일까?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한 뒤 생각해 보니까 그 정신은 다름 아닌 포기하지 않고 꿈을 이루어가는 정신이 아닐까 싶다. 그는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김대중 대통령 시절 청와대 연설비서관을 지냈다. 강원국 작가도 고백했듯이 대통령의 연설문을 작성한다는 것이 보통 고된 일이 아니라고 한다. 고도원 작가는 어느 순간 번아웃이 오고 임사체험을 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 덕분에(?) 지금의 깊은 산속 옹달샘을 개척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걷기와 독서를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을 때 자신의 꿈을 찾게 되었고 꿈너머 꿈을 이루어가기 위해 지금도 일흔이 훌쩍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마무리할 꿈을 만들기 위해 초석을 닦는 일에 멈추지 않고 있다. 충주 깊은 산골에 상처 입은 모든 이들을 위한 쉼터를 만드는 일은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꿈을 꾸고 그 꿈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나타나면서 하나둘씩 만들어간 곳이 지금의 깊은 산속 옹달샘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청소년들을 위한 링컨학교, 국제대안학교까지 꿈을 현실로 실현해가고 있다.



고도원의 정신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시골교회 목사님의 자녀로 태어난 그는 가난과 어려움 속에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고 연세대학교 신학과로 진학을 했지만 서슬 퍼런 군부 정권 시절 제적의 아픔을 당해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고 글을 쓰던 그 실력은 결국 뿌리 깊은 나무 잡지사, 중앙일보 기자를 거쳐 대통령 연설문을 작성하는 비서의 길을 걷게 했다. 그의 꿈은 가난 속에서도 놓지 않았던 독서의 삶에서 시작되었다. 청소년들에게도 책 읽는 법, 글 쓰는 법, 스피치 하는 법을 가르치는 이유도 꿈을 실현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 독서에 있음을 몸소 경험했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온전한 정신이 깃든다. 이에 그는 명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종교적인 것을 떠나 자신을 돌아보는 길이 명상이라고 말한다. 명상을 통해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혀오던 상처가 치유되고 회복되는 것을 명상에 참가한 이들을 통해 경험한다고 한다. 세계 도처에 있는 유명한 명상지를 벤치마킹하여 한국형 명상 프로그램을 만든 이도 고도원이다. 더 나아가 개인적인 치유를 넘어 사회 공동체의 아픔도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아픔은 개인을 넘어 집단, 공동체가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포용의 정신, 사랑하고 용서하는 정신은 하루아침에 저절로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먼저 온전히 설 때 다른 이들을 돌아볼 수 있다. 명상이 필요한 이유다. 나와 다른 점을 그대로 수용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필요한 시기다. 세대 간의 갈등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직장 안에서 사람과의 갈등도 마음의 상처에서 시작된다. 회복의 시작은 나 자신이 먼저 치유되어야 한다. 호흡하기, 걷기가 단순한 것 같지만 많은 사람들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갈망하는 이유가 있다.



특히 한 집단을 이끄는 리더라면 마음의 상태를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리더가 조급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심각할 수 있다. 말과 표정만 보더라도 다 안다. 쫓기고 있다는 사실을. 가시 돋친 말이 상처를 주고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리더는 고독 속에서도 맡겨진 책임을 완수해야 한다. 리더의 운명이다. 고도원 정신을 배울 필요가 있다.



고독하고 외로운 시간에 나는 책을 읽었다. _38쪽

글 쓰는 사람에게 고통과 어려움은 선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_86쪽

꿈을 글로 적으면 그 글이 현실이 된다는 말이 입증된 셈이다._128쪽

글쓰기는 한마디로 '글 고치기'이다. 고치는 것이 글을 쓰는 과정이다. _218쪽

독서에 몰입하면 독서 명상._244쪽

링컨도 목숨 걸고 책을 읽었듯이 나도 죽어라고 책을 읽는 사람이 되었다._320쪽



모든 일의 핵심은 사람이다. 사람을 통해 힘을 얻지만 사람을 통해서 힘이 빠진다. _231쪽

모두가 가깝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다. 멀리 있는 사람과는 긁힐 일도, 아플 일도 없다. _268쪽

왜 자기 방향에서만 보고 다른 방향으로 보는 것에 대해 화를 내는가. _289쪽

다름이 보이더라도 이를 혐오의 이유로까지 끌고 가지 않는 것, 다른 모습 그대로 같이 갈 사람으로 인식하는 마음이다. 포용. _295쪽.

무엇보다 사람에게 받는 상처가 가장 아프고 힘들다._3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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