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창수 Jun 16. 2024

읽은 책, 읽을 책, 읽고 싶은 책

책 읽기를 좋아하게 된 것은 몇 년 안 되었다. 어렸을 때에는 책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고 학창 시절에는 성적에 도움이 되는 수험서만 달고 살았고 대학 때도 학점과 관련된 책만 대충, 초임 교사 때는 띄엄띄엄 책 읽기 흉내만 내다가 순간 이렇게 살다가는 무늬만 교사이지 내공이 없는 맹탕만 되겠다 싶어 그때부터 책과 씨름했다. 30대 중반이었다. 


읽고 싶은 책이 생겼다는 것은 책에 대한 안목이 생겼다는 뜻이다. 내 경험으로는 독서를 시작한 지 약 10년쯤 되었을 때다. 권수로는 약 1,000권 정도 읽었을 때다. 그전까지는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추천해 준 책, 교사로 살면서 읽어야 할 책, 이 정도는 읽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의무감으로 펼친 책 들이었다. 당연히 독서는 기쁨이 아니라 숙제로 다가왔다.


해를 거듭할수록 읽은 책은 쌓여갔으나 뒤돌아보니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책은 몇 권 안 되었다. 그나마 읽은 책들을 기록해 놓았기에 책 제목 정도는 기억할 수는 있었지만 과연 내 삶에 변화를 일으킨 책이 있었나 생각해 보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책은 없었다. 그만큼 깊이 있는 독서보다는 책을 읽어야겠다는 의무감으로 책을 읽었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감사하게도 의무감으로 읽었던 독서 습관이 이제는 내 삶의 루틴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어떤 종류 어떤 책이든 겁 없이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더 나아가 읽고 싶은 책들을 내 기준으로 선별할 수 있게 되었고 읽은 책에다가 더 읽어야 할 책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읽을 책도 여러 권 쌓아 놓고도 부담스럽기보다는 어떤 내용일까 기대감으로 기다리는 단계로 발전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꿈도 꾸지 못한 일이었다. 대단한 독서가만 할 줄 아는 것인 줄 알았다. 이제는 내가 그렇게 되었다. 


눈이 더 침침해지기 전에 독서의 내공을 탄탄하게 닦아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학문적 깊이가 있는 독서를 위해서는 배경이 되는 지식을 사전에 접해 놓지 않으면 나이 들어서 도저히 읽어낼 수 없다. 독서도 젊었을 때 해야 되는 이유다


이번 주에는 읽고 있는 책은 보면 독서의 경계가 없다. 수업 컨설팅, 인공지능, 역사, 신학, 에세이 등 도서관에서 빌린 책, 공부해야 할 책등 다양한 독서를 하고 있다. 독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한 주어진 시간을 아껴 쓰려고 노력한다. 충분한 시간은 확보할 수는 없지만 소모되는 시간은 아낄 수 있다. 보는 것보다 읽는 것을 우선하며 짬 나는 시간이 생길 것을 예상해서 적어도 책 한 권을 들고 이동한다. 


독서가 나를 성장시키고 있다. 성숙한 삶도 독서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나이가 듦은 성숙한 지혜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학교 관리자의 권위도 경력이 아니라 지식의 깊이에서 스며 나온다. 읽은 책, 읽을 책, 읽고 싶은 책을 쌓아 두는 이유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약하나 책은 강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