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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만한데가 없아 마카모예

by 이창수

지나가는 길에 집 근처 마트에서 내건 광고 현수막을 보았다. 눈에 쏙 들어왔다. 구수한 강릉 사투리다. 가끔 부모님 세대들이 말씀하시는 것을 들어보면 억양이나 말투 자체가 우리랑 사뭇 다르다. 어색하면서도 정겹다.


오랫동안 지역에서 사용되던 사투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지역만의 독특한 정신을 볼 수 있다. 언어는 대중의 정신이라고 하던데 강릉 사투리에는 강릉 사람만의 특유의 모습이 담겨 있다.


"여만한데가 없아 마카모예"

여기만 한 것이 곳이 없어요. 모두 모이세요


신문을 보니 서울에서 강릉까지 5시간 가까이 소요된다고 한다. 평소보다 두 배가량 더 걸리는 시간이다. 7말 8초에 휴가로 동해안 바다를 찾아오는 분들이 많은가 보다.


강릉에 20년 넘게 살아오면서 관광객들이 밀물처럼 찾아오는 것을 보면 여기보다 좋은 곳이 없다는 것을 실감한다. 자동차로 10여 분만 나가면 시원한 바다를 볼 수 있고, 숲과 강이 어우러진 자연은 특히 건강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정착해서 살기에 참 좋은 곳이라는 느낌이 든다.


여행을 떠나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집보다 더 좋은 곳이 없다는 것을. 익숙한 직장을 떠나 새로운 곳에 가게 되면 이전에 있었던 곳이 참 좋았다는 것을.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좋을 것 같지만 구관이 명관이라고 옛사람을 그리워하게 된다.


맞다. '여만한데가 없지'


현실을 부정하며 잡히지 않는 무지개를 쫓을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최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지혜로운 삶의 모습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교사로 재직할 때 교감으로 승진하면 학교생활이 좀 더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천만의 말씀. 지금 교감으로 재직하면서 교장으로 승진하면 좀 더 괜찮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보지만 역시나 글쎄라는 생각이 든다. 더 많은 책임과 의무가 어깨를 짓누른다는 것을 알기에. 교감으로 실제 경험해 보니까 이상과 현실은 엄연히 다르지만 그래도 교감만 한 직업이 없다. 극한 직업이긴 하지만, 교감이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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