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현 작가는 책을 향해서 '도끼'라고 말했다. 책은 도끼다! 무언가를 찍어내기 위한 도구에 불과한 도끼에 책을 비유했다. 단단한 나무도 도끼 앞에서는 쓰러진다. 마찬가지로 우리 자신이 고수하고 있는 가치관, 신념, 고집, 편견도 쓰러질 때도 있다. 좋은 책을 만나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종이 쪼가리가 모인 책이 강철 같은 쇠로 만든 도끼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종이와 같은 물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쓴 저자의 생각에 있음이다.
공공 도서관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좋은 책을 만나게 된다. 천천히 읽기 위해 최대한 대출 기간을 연장했다. 이번 여름에는 의도치 않게 연일 출장과 연수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진득하게 앉아서 책을 읽을 시간을 갖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없는 시간에 그나마 한 권 한 권을 책을 붙잡고 읽어가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책이 주는 기쁨은 조금씩 발전한다. 예전에는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되는 기쁨이 컸다면 지금은 내 생각을 부서지게 만드는 저자의 깊은 세계를 만날 때 경외감이 든다. 하나같이 저자들의 공통점은 책의 세계에서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자리를 잡고 산다는 것이다. 소유의 방식을 택하기보다 자신만의 존재의 양식을 발전시키며 그 안에서 자유를 만낏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감으로 산다는 것은 그동안의 경력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교감으로 산다는 것은 선한 향기를 드러내며 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단히 내면의 향기를 아름답게 만들어내야 한다. 성품을 품격 있게 갈고닦아야 한다는 말이다. 유연한 사고와 넉넉한 마음 품을 가져야 한다. 고집스러운 존재가 아니라 고결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존경받는 어른이 존재하는 공동체는 분위기가 다르다. 기댈 언덕이 있는 조직은 공기부터 다르다. 각종 규정과 매뉴얼로 조직을 움직이는 교감이 아니라 마음을 보듬고 본질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는 교감이 되기를 소망한다.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보지만 책만 한 것이 있을까?
나의 씨름의 대상은 각종 문서와 시스템이 아니라 책이어야 한다. 책이라는 깊은 우물에서 시원한 냉수를 길러내기 위해 한 눈 팔지 않아야 한다. 사소한 일에 초점을 흐리기보다 나의 시선을 책에 붙들어 매 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