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반려동물과 관련된 가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이 늘어났다는 증거다. 우리 집도 예외일 수 없다. 8년 전부터 키운 구피라는 물고기다. 반려동물 중에 가장 키우기 쉽다는 구피는 어항 청소만 주기적으로 해 주면 끝이다. 오늘 바로 어항 청소하는 날이다. 대략 1시간 30분 소요되었다. 제법 큰 유리 어항은 바닥에 모래를 두툼하게 깔아 놓았기에 각종 오물들을 정화하는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탁해진 물은 일주일에 한 번 산소 정화 통을 갈아주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으며 이렇게 어항 전체를 들어내 청소해 주는 것은 석 달에 한 번쯤 한다.
구피 물고기는 신기하게도 모이 주는 시간을 안다. 아니 모이 주러 갈 때쯤 되면 용케도 알고 모여든다. 냄새를 맡아서 그런가 아니면 나의 형체를 보고 모이는지 잘 모르겠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먹이 때를 안다. 하루에 딱 한 번 작은 스푼으로 두 번을 준다. 암컷은 겉모습만 보더라도 안다. 배가 불러 있다. 새끼를 밴 것인지 한눈에 척 보면 알 수 있다. 구피는 잘 알듯이 알을 낳지 않고 새끼를 바로 낳는다. 새끼들이 잡혀 먹히지 않도록 모형 수풀을 바닥에 깔아 놓는다. 살기 위한 본능 때문인지 요리조리 잘 피해 다닌다.
번식력이 참 좋다. 8년 전 4~5마리에서 출발했는데 지금은 40마리가 넘는다. 10배가 불어났다. 고출산 때문에 고민이다. 어항의 크기가 정해져 있는데 개체 수가 늘어나면 안 되기에 어떻게든 숫자를 조절하려고 신경 쓴다. 다른 동물도 마찬가지겠지만 수컷은 꼬리지느러미가 화려하다. 암컷을 유혹하기 위한 도구일 것 같다.
초임 발령 때 학교 관사에 살 때에는 마당이 있고 문만 열면 운동장이 보였기에 강아지를 얻어 키웠다. 혼자 사는 것보다 나를 반겨주는 강아지를 키우는 재미가 쏠쏠했다. 지금처럼 목줄을 달아 키운 것이 아니라 아예 방목하듯이 키웠다. 출장 갔다가 마을 어귀에 걸어오는 주인을 보고 반갑게 달려오던 그 녀석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황색 개였는데 참 영리했다. 제때 밥도 안 주던 나를 주인으로 여기고 충성스럽게 쫓아다녔던 그 녀석의 이름은 '사랑이'였다. 사랑아! 부르면 조르르 달려와 주었던 그 녀석. 지금은 아파트에 살기에 강아지 대신에 구피로 대신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생명을 돌보는 일이다. 의사소통은 하지 않지만 열심히 헤엄치며 움직이는 구피를 오고 가며 보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느낀다. 우리 집 출입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구피 가족들. 아마도 모두 사람으로 치면 친인척쯤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