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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골방에서 독서 삼매경

by 이창수

우리 집에서 내가 누릴 수 있는 나만의 피난처가 있다. 바로 베란다 창가 좁은 구석이다. 이곳은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아주 최적의 장소다. 지금은 러닝셔츠 차림으로 책을 읽다가 노트북을 펴고 글을 쓰고 있다. 간간이 불어오는 자연 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는 시간은 행복 그 자체다. 오후에 잠깐 낮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머리가 개운하다. 책이 술술 읽힌다.


우리 집은 아이가 셋이다. 1호는 직장 초년생이고 2호는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이며 3호는 모두가 두려워한다는 사춘기 공사 기간을 지나고 있다. 그나마 방이 세 개 있어서 다행이다. 각각 한 개씩 꿰차고 들어가 있는다. 그들만의 골방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이루며 지내고 있다. 아내와 나는 잠자는 것 외에는 주로 거실과 주방에서 생활한다. 아이 셋이 있는 집의 일상의 풍경이다.



그렇다 보니 나만의 서재, 나만의 공간을 가진다는 것은 사치다. 주로 휴일에도 집에 있다 보니 아이들도 불편한가 보다. 아빠가 시야에서 보이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는 일이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 시선을 기준으로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는 베란다 창가 쪽 벽에 기대어 앉는다. 목욕탕 의자가 딱이다. 대충 한 시간 정도는 불편하지 않게 앉아 있을 수 있다. 귀로는 웬만한 소리를 듣지만 눈으로는 맞은편 아파트와 자연 풍경밖에 보이지 않아 나에게 오로지 집중하기가 이만한 장소가 없다.



주중에는 출근하고 퇴근하기 바쁘기에 이 자리에 앉을 기회가 별로 없다. 지금처럼 낮이 길고 밤이 짧으면 그나마 저녁 식사 이후에 어둑해지기 전에 앉아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지만 대부분 휴일에 이 공간을 활용한다. 물론 요즘처럼 뜨거운 햇살이 비치는 한낮은 피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목욕탕 간이 의자에 앉아 골방에서 독서 삼매경에 빠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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