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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Aug 20. 2024

바람이 분다!

개학날은 늘 그렇듯이 여러 일정이 시간 단위로 정해져 있다. 


개학날 첫 시간은 모든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모여 함께 인사를 나눈다. 교장님께서 "여러분은 어떤 꿈을 가지고 계시나요?"라는 제목으로 손수 PPT를 만들어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설득력 있는 말씀을 해 주셨다. 최근 파리 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한 우리 대한민국 선수들의 뒷이야기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직원들에게도 잔잔한 감동을 주었으리라 생각된다. 


개학식을 마치면 선생님들은 교실에서 아이들을 만나 방학 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과 2학기 교육 활동 등을 이야기하셨을 거라 짐작된다. 


학생들을 하교시킨 뒤 오후부터는 교감의 시간이다.


바쁜 오후 시간에 교직원들에게 회의로 모이겠다고 말씀드렸다. 회의로 굳이 모이려고 하는 이유는 업무를 전달하려는 것이 주목적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교직원 회의는 최대한 교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의견을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되게 하려고 한다. 


함께 회의하는 형태는 신뢰 써클로 구성했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마음을 열어 나누려고 한다. 마음이 열리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이야기도 가슴에 와닿지 않게 된다. 혼자서 구상한다. 오래간만에 모이는 교직원들과 모이는 첫 모임을 늘 하던 대로 또는 익숙한 형태를 벗어나 변화를 주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회의 장소에 테이블도 밖으로 빼내야 하고 의자도 원 형태로 배치해야 한다. 회의 시작 전 한 시간 전에 가서 천천히 준비한다. 


모이는 교직원들을 위해 뭘 마실 것이라고 준비했어야 했나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교무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시원한 음료수가 잔뜩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익숙한 교실에서 벗어나 회의 장소로 오시는 교직원들의 생각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원 형태로 배치된 의자를 보고 어디에 앉아야 할까 고민하는 모습이 보인다. 


첫 여는 활동은 "바람이 분다"라는 게임을 해 보았다. 다 함께 활동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했다. 기본 질문 2개를 준비했다. 


  

     무더운 여름 어떻게 보내셨나요?   


     학교 말고 나의 최대 관심사는?   

짧지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생각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말하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듣는 사람 모두 하나가 된다는 느낌이 든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경청하는 모습을 느낄 때 내가 존중받고 구성원의 일원이라는 소속감을 갖게 한다. 


공식적인 회의이니까 업무 얘기를 안 할 수 없고 학교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지만 마음을 여는 시간을 갖고 시작하는 것과 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업무 얘기를 하는 것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그렇기에 시간이 없더라도 최대한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듣는 시간을 마련한다. 


어떤 조직이든 크건 작건 외로운 섬 안에서 홀로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터넷 환경 아래에서 모든 작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환경이 오래 지속될수록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생각 안에 갇혀 지내게 된다. 잠시나마 주위를 돌아보며 함께 하는 교직원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일은 특히 학생들을 만나야 하는 선생님들에게는 꼭 필요한 시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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