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는 사치다. 교감에게는. 최근 코로나가 재유행하고 학생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에게도 여파가 다가온다. 장거리 출장 다녀왔다고 느긋하게 하루를 보낼 수 없다. 밤늦게 아니 오늘 0시가 넘어서야 잠들고 다시 일어나 일상의 삶으로 교감의 위치로 돌아왔다. 그리고 교감의 역할 중 하나인 보결 수업. 한 개 학급을 통째로 맡아 수업과 생활교육, 하교 지도까지 임무를 완수하고 교무실로 돌아왔다. 교무실로 돌아오면 쉬는 게 아니다. 각종 회의와 미팅, 업무 조정까지 마치고 나야 퇴근을 준비한다.
그래도 보람찬 하루를 보내서 마음이 참 뿌듯하다. 난, 천상 교사의 피가 내 혈관에 흐르고 있나 보다. 교감이지만 아이들과 수업할 때, 교실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때, 급식도 아이들과 함께 먹을 때 마음이 편하다. 아마도 천진무구한 아이들과 생활해서 그런가. 1학년 아이들을 담임하고 계시는 선생님들 고충을 알 것 같다. 올해 보결 수업으로 1학년 학급에 많이 들어가게 되었다. 넘치는 에너지를 소진시켜야 차분한 지적 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
오늘은 1학년 아이들 데리고 체육관에 가서 맘껏 신체 활동을 시켰다. 통합교과 하루 단원이다. 즐거운 생활 놀이 단원이어서 마침 잘 됐다 싶었다. 넓은 체육관에서 한쪽에서는 3학년 언니 오빠들이 수업을 하고 있어서 우리는 반대편에 가서 그림자밟기 놀이를 했다. 자유분방한 1학년 꼬마들이 3학년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고깔로 구획을 정해놓고 넘어가지 않도록 단단히 말해주었다. 약 25분~30분 뛰었나 아이들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곧바로 점심을 먹이려 내려갔는데 정말 야무지게 밥을 먹는다. 신나게 활동을 했으니 배가 꺼졌으리라.
1학년 수업은 신체 활동을 필수다. 복잡한 규칙이 필요한 놀이가 아니라 누가 봐도 단순한 놀이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재미나게 활동한다. 혹시나 다치지 않나 눈 뜨고 지켜보지만 유연성이 뛰어나서 그런지 넘어져도 웬만해서는 울지 않는다. 1학년 아이들과 5교시를 수업을 내리 했는데 글쎄 힘이 하나도 안 든다. 특수학급 아이도 통합 교과 수업에 참여했다. 특수교육지도사님도 곁에 앉아서 수업을 돕는다. 내 수업을 세 시간가량 지켜보신다. 그런데 떨리지 않았다. 교사의 DNA가 다시 살아난 느낌이다.
교감도 수업을 해봐야 교사의 심정을, 아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고 감각을 잃지 않는다. 어느새 1학년 아이들에게 나는 인기스타가 되었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나는 무엇이든지 먹는 기괴한 사람으로 평가된다. 속임수로 달팽이를 입에 넣는 척, 씹어 먹는 척했더니 아이들이 기겁을 한다. 옆 반 친구들에게도 나의 용감한 식성을 쉬는 시간에 널리 전파한다.
아이들에게는 나는 교감이 아니다. 단지 재미나게 수업해 주는 선생일 뿐. 그래서 마음이 참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