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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Aug 26. 2024

교감으로 산다는 것, 광주광역시교육청에서

'다시, 교육의 본질로'


광주광역시교육청(담당 정만호 장학사님)에서 과분할 정도로 환대해 주셨다. 무명의 교감에 불과한 나를 광주광역시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특수학교 교감님들이 모이는 연수, 협의회에 초대해 주셨다. 현장에서 온갖 궂은일들을 도맡아 감당해 내고 계시는 교감님들 앞에서 부족하지만 4년째 나름 고군분투하고 있는 실제 현장의 이야기를 책을 매개로 말씀드렸다. 


교감으로 살기 위해 매일 기록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학교 현장에 있는 교감님들은 정말 짬이 없다. 출근과 퇴근 사이에 틈이 없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을 때가 많다. 전화받으시랴, 회의 진행하시랴, 고충과 민원을 해결하시랴, 교육과정 기획하시랴. 몸이 열 개라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책임과 의무가 어깨를 짓누르고 있으시다. 아마 오늘 연수, 협의회에 오신 교감님들도 몸은 이곳에 와 계시지만 생각은 아마 학교에 온통 가 계셨을 것이다. 같은 교감의 일들을 하면서 교감님들의 마음을 눈빛으로 다 안다. 동병상련이라고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한민국 교감님들이 살아야 학교 현장이 살고 선생님들이 힘을 낼 수 있다


교감으로 퇴보하지 않고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매일 글을 읽고 글을 썼습니다!


우리 교감 선생님들은 교사 시절 때 모두 특정한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셨던 분들이다. 지금의 선생님들처럼 말이다. 그러나 교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수많은 일들을 해 내는 가운데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소진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책 한 줄, 글 한 줄 읽고 쓸 여력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나는 오늘 모인 교감님들께 외람되게 당부드렸다. '교감 선생님, 퇴보해서는 안 됩니다. 전문성을 보이셔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읽고, 쓰는 삶밖에 없습니다'라고 감히 깜도 안 되는 내가 수많은 교감님께 부탁드리고 당부드렸다. 


기록의 중요성은 계속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2001년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된 왕의 기록물인 '승정원일기'는 조선왕조실록을 제치고 세계적으로 단편의 기록물로 최고의 기록문화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직도 승정원일기는 완역하는데 지금의 속도로 계산하더라도 100년은 더 걸린다고 한다. 기록물의 양이 방대하다는 뜻이다. 왕조 차도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기록에 남겼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고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대통령의 모든 것은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라는 특별한 철학을 가지고 있으셨다. 심지어 대통령의 일상도 격식을 차리지 않고 전속 사진사를 통해 기록물로 남기게 했다.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쓴 3대 일기 기록물이 있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유성룡의 징비록, 그리고 평범한 시민이었던 오희문의 쇄미록이다. 세 편의 기록물을 통해 우리는 임진왜란의 본말을 더 깊게 이해하고 통찰할 수 있는 눈을 키울 수 있었다. 기록해 놓지 않았다면 우리는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기록만 의존했어야 했다. 


이처럼 내가 교감 생활을 하면서 일상을 매일매일 미친 듯이 기록에 남기는 것도 작은 의미를 부여한다면 역사의 기록이며 내게는 나를 돌아보는 성찰의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교감 선생님, 일상의 기록의 좋은 글감이자 살아있는 역사입니다!


교감 일기는 누가 대신 써 줄 수 없다. 교감만이 쓸 수 있는 일기다. 교감만이 쓸 수 있는 사건이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진다. 교감의 시선으로 바라본 그 사건을 솔직 담백하게 쓰면 된다. 잘 쓰기 때문에 쓰는 것이 아니라 쓰게 되면 언젠가는 잘 써지게 된다. 교감 생활이 영원하지 않다. 눈 깜짝하면 고된 교감의 생활도 금방 지나간다. '그때 써 둘걸' 후회하면 이미 늦다. '교감 선생님, 오늘부터 기록하는 삶 살아가요'라고 계속 강조했다. 


참고로,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사실 솔직히 말하면 매일 읽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읽는 삶은 생각하는 삶이다. 읽는 삶은 다양한 세계를 만나는 삶이기도 하다. 책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이것보다 손쉽게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는 방법은 없다. 읽고, 쓰자. 매일 말이다.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데 교감님들이 많이 격려해 주시고 피드백해 주셨다. 감사하다. 특히 원장님께서 원장실에 초대해 주셔서 시원한 음료로 주시고 귀한 말씀도 해 주셨다. 과분한 대접을 받았다. 다시 한번 귀한 자리로 초대해 주신 정만호 장학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그리고 사무관님과 주무관들께서도 바쁘신 중에도 긴 강의 시간에 함께 주셨다. 어떻게 감사를 표현해야 할지. 


시내버스를 타고, 택시를 잡아타고 겨우 ktx 기차 시간에 맞춰 탑승할 수 있었다. 지금은 이렇게 편안하게 오늘의 일들을 복기하며 감사했던 일, 고마웠던 장면들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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