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학교 밖을 떠나 있으나 마음과 정신은 늘 학교로 향하고 있다. 출장 중에도 교감이 되고서 늘 그랬듯이 노트북을 챙긴다. 교직원들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나만의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참 좋아졌다. 학교 밖에서도 결재가 가능하고 업무도 약간 불편함은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다.
출장을 떠나기 전에 건축설계사무소에서 긴급하게 연락이 온다. 내일 사용자 참여 설계 공간 기획 2차 회의 전에 학교에 긴급하게 필요한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관련 내용을 채워달라고 담당자분께서 연락을 주셨다. 여러모로 바쁘다는 핑계가 통하지 않는 것은 그 일을 내가 맡았기에 누구에게 미룰 사항이 아니라 알겠노라 이야기하고 보내온 데이터 파일을 열어 행정실에 긴급하게 요청한다. 죄송한데 필요한 부분을 채워 저에게 파일로 전송해 달라고. 재정에 관한 부분, 시설에 관한 부분이기에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제출해야 할 기일이 촉박하기에 부탁드리기도 죄송했지만 어쩔 수 없다. 난, 목표 지향적이다. 최대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읍소한다. 감사하게도 두 차례의 수정안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학교 행정실 팀이 요구한 자료를 보내주셨다. 학교 밖을 떠나 있지만 실시간으로 필요한 자료를 건축설계사무소 담당자분에게 보내고 가뿐한 마음으로 출장을 마치고 귀가한다. 집까지 가야 하는 거리는 무려 100킬로미터가 넘는다. 그래도 마음이 가벼우니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고속도로가 추석 전 공사하느라 차선이 대폭 줄어들었다. 고속 주행이 어렵다. 차선책으로 국도를 이용한다. 모처럼 국도를 지나다 대관령 정상에 다다랐다. 쉬지 않고 운전해서 달려왔다. 잠깐 쉴 겸 강릉과 바다가 다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셀카를 찍는다. 대관령 정상도 기온이 27도다. 9월 중순으로 향하고 있는데 날씨가 정말 한참 잘못돼도 엄청 잘못됐다.
원주권역 학부모를 대상으로 어제에 이어 두 번째 강의를 했다. "올해 여러분의 자녀에게 가장 해 주고 싶은 선물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다양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여유로운 시간을 선물해 주고 싶어요, 맛있는 밥을 지어 주고 싶어요, 새 자전거를 선물해 주고 싶어요 등등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지만 자녀에게 선물해 주고 싶은 마음은 어느 부모나 동일한가 보다. 자녀를 떠올리며 말씀하시는 표정을 보면 모두 다 밝은 미소가 한가득하다. 덴마크 부모는 자녀에게 시간을 선물한다고 한다. 참 멋진 말이다. 자녀들이 스스로 자신의 꿈을 설계하고 만들어갈 수 있도록 시간을 선물해 주는 것만큼 좋은 아이디어가 없는 것 같다.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교육연수원 횡성분원 출장을 마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