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의 멘털

정신적, 심리적 불균형 상태

by 이창수

교감의 멘털이 흔들리는 경우가 몇 가지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멘털이란, 의학적 개념을 떠나 마음과 생각의 상태가 불안정해지는 상태를 말함)



첫째, 학교폭력사안이 발생했을 경우다. 학교 측은 이중의 고충을 겪는다. 물론 담임 선생님과 학교폭력전담교사도 고충이 만만치 않겠지만 교감도 자유롭지 못한 위치에 있다. 당장은 학교폭력전담기구를 개최해야 하는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사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교감은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불편한 시선을 받는다. 상담하는 과정에서 심적 어려움을 겪는다. 행정적, 시간적 에너지가 소진된다. 소위 말해서 현장에서는 이와 같은 상황을 가리켜 멘털이 털린다고 이야기한다. 후유증이 몇 주 간다.



둘째, 교직원과의 미묘한 갈등에서 심리적 멘털이 흔들린다. 대게 선생님들이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교감에게 조언을 듣고자 또는 이런저런 일들을 추진하고 있다는 경과를 보고하고자 교무실로 찾는다. 교감실이 별도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담당 선생님과 교감과의 대화가 교무실에 있는 모든 직원들이 듣게 된다. 이런 과정 속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다른 이들이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담당 선생님이 눈치껏 교감을 밖으로 조용히 불러내거나 불편한 상황이 펼쳐질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여 쪽지나 다른 경로를 통해 이야기를 해 준다면 참 좋겠지만 경험이 적을 경우에는 자신의 일이 바쁘기에 그것까지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담당 선생님은 아무렇지도 않게 교감에게 결정을 내려 달라고 하는데 만인이 지켜보는 가운데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발생된다. 나 또한 분위기를 금방 알아채어 '한 번 더 생각해 봅시다'라든지 '나중에 따로 이야기해 봅시다'라고 이야기하면 좋았을 텐데 성급하게 결정을 내리고 나서 뒤돌아보니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이 듣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야 알아차리는 경우가 있다.



그 후로부터 본의 아니게 결정을 내린 나와 듣고 있었던 다른 교직원들과 미묘한 갈등 관계가 생기고 어색한 침묵이 발생하게 된다. 순간 정신적으로 안정감을 잃는 순간이 내게 다가온다. 나중에 어찌어찌 시간이 흘러 다시 분위기를 전환하고 마치 없었던 일처럼 기억 속에 담아두지 않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한 번 다쳤을 경우 참 오래간다는 것을 알기에 늘 조심스럽다.



셋째, 교감의 멘털이 흔들리는 경우는 가정 일이 평화롭지 못할 때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말이 있듯이 나 자신을 스스로 먼저 챙기고 가정을 안정되어 만들지 않고서 과연 직장 안에서 평온하게 근무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세 자녀를 키우다 보니 별의별 일들이 많이 발생한다. 부모 뜻대로 잘 자라주면 좋겠지만 자녀의 가치관과 생각이 유별나기에 지켜보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천불이 날 때가 참 많다. 밤늦게까지 공부한다고 핑계로 도서관에 가 있다가 밤늦게 돌아와 잠자리에 드니 늘 수면이 부족한 상태에 있는 자녀가 급기야 일어나지 못하고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태를 보고 출근했을 경우 심리적으로 균열이 일어난다.



교감이 멘털이 흔들리면 주위의 교직원들이 바로 알아차린다. 흔들리는 멘털을 다시 잡기 위해 심호흡도 크게 해 보기도 하고 덥지만 실외에 나가 햇빛을 맞으며 학교 내를 걷기도 하고 이렇다 저렇다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경우에는 누구라도 붙잡고 내 속마음을 풀어놓으려고 노력한다.



오늘은 부패방지담당관 연수가 강원도교육연수원에서, 그리고 오후에는 고성교육지원청 신규교사 워크숍을 다녀온다. 편도 100킬로미터를 운전하며 다시 마음을 추슬러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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