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의 역할 중 하나가 '미세먼지 담당자'라는 점이다. 미세먼지 업무만큼은 교사가 아닌 행정실 직원도 아닌 교감으로 지정되어 있다.
학기 초에 미세먼지 계획을 세워 학생들에게 언제 어떻게 교육시킬 것이며 미세먼지와 관련한 결석은 인정 결석이 되므로 관련 서류를 떼다가 담임 선생님께 제출하라는 식으로 가정통신문을 보낸다.
그것뿐인가. 미세먼지가 예보되어 있으면 학사일정을 조정해야 한다. 최근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어 실외 수업을 자제하라고 선생님들에게 알리고 실내에서도 공기정청기 및 교실 내 물청소를 해 달라고 권고했다.
학교에 큰 행사라도 잡혀 있으면 며칠 전부터 고민이 시작된다. 취소해야 할지 아니면 연기가 가능한 지 등에 대해 선생님들과 협의한다. 정답도 없는 문제를 가지고 협의하다 보면 답답한 생각이 든다. 그만큼 미세먼지는 우리의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교감으로써 핸드폰에 미세먼지 앱을 깔아 놓는 것은 필수다. 매일 아침마다 미세먼지 지수를 확인하는 일이 되었다.
<시끄러울수록 풍요로워진다>에는 프랑스의 고강도 미세먼지 정책이 언급되어 있다. 미세먼지가 심해질 때면 우리는 대체로 서쪽에서 불어오는 중국발 황사가 문제가 아니냐고 강한 의심을 하게 된다. 정확한 과학적 데이터를 얻기 위해 국내에서도 같은 시기에 전국 곳곳에서 미세먼지 측정을 하지만 국내에서도 자체적으로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원인이 있다는 점이 있기에 중국 측에만 뭐라고 할 처지가 아닌 듯싶다.
일본에서도 서쪽에 위치한 한국을 가리켜 해양 쓰레기며 미세먼지를 고강도로 감축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며 하는 소리를 한다. 바람이 편서풍으로 불어올 때면 나라별로 다른 나라를 향해 원인의 탓을 넘기는 모습이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황사와 미세먼지의 주원인이 중국에서 불어오는 공기 탓이라고 하지만 명확한 과학적 근거와 지금까지 피해 보상 사례가 없었기에 해결 방법을 밖에서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오늘도 녹색이슈 중에서)
조예은 작가의 <트로피컬 나이트>라는 소설집에는 울트라급 미세먼지가 지구를 공습해 온 상황이 설정되어 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외계인처럼 외출을 할 때면 중무장을 하고 나선다.
메세먼지 경보음이 울리고 사람들은 미세먼지 방독면을 필수품을 챙기며 일상의 외출이 화생방 훈련을 하는 것처럼 살아간다. 그 와중에도 공기 정청기를 판매하는 다단계 업체들은 사람들을 속이고 속이는 영업 전략을 펼치며 '먼지의 신'이라는 가짜 상품을 팔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트로피컬 나이트를 읽고)
앞으로 우리의 모습이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을 것 같다. 미세먼지로 인해 외출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은 그려낸 <지구는 고양이들이 지킨다>도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