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부터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를 듣고 서둘러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밭으로 이동했다. 밭일이라고는 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얼마 전 구입한 예초기만 믿고 한두 시간이면 가볍게 끝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일을 시작했지만 계산 착오였다.
오전 8시부터 오전 11시까지 3시간 꼬박 잡초와의 전쟁을 치렀다. 전기 충전식 예초기라 부드럽게 날이 회전되었고 소음도 비교적 적었다. 다만 등에 짊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멜빵으로 어깨로 가로질러 비스듬하게 메는 기기라 팔뚝에 의외로 힘이 많이 갔다. 예초기 날이 날카롭기 때문에 최대한 밭에 있을 줄 모르는 돌멩이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웠다.
(작업 복에 대해 부연 설명을 덧붙이면 하의 전투복은 24살 때부터 군에서 입었던 바지이고, 상의 축구 유니폼은 10년 된 오래된 옷이다)
초보 작업자이라서 그런지 예초기를 돌린 뒤 집에 돌아와서 그냥 쫙 뻗었다. 안 쓰던 근육도 쓰고 비 오기 전이라 후덥지근한 날씨로 더위도 먹었나 보다. 무성하게 자란 풀을 그냥 놔두면 노모께서 신경을 많이 쓰는지라 비가 오기 전에 해치워야겠다는 생각으로 나름 열심히 예초기를 돌렸다. 마음이 편해졌지만 육신이 쿡쿡 쑤신다.
예초기를 돌리고 있으면 주변 지나가는 어르신들이 뭐라 뭐라 하신다. 예초기 돌려봤자 헛 짓이라고 한다. 차라리 뿌리만 죽이는 농약 무엇 무엇이 있으니 한 번 쫙 뿌려 보라고 한다. 어떤 분은 전기 충전식 예초기가 장난감 같다며, 힘이 약하다는 둥 여러 잔소리를 쏟아내셨다. 잡초를 제거하는 중에 신기한 곤충도 풀숲에 숨어 있다고 깜짝 놀랐는지 기어 나오는 것도 볼 수 있었다. 만약 농약을 쳤다면 곤충은 서식지를 잃었을 것이다.
(자세히 보면 주황색 곤충이 보인다. 딱정벌레도 아니고 처음 보는 곤충이었다.
이 녀석은 자신의 서식지 잡초가 잘려나가자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다. )
직접적인 농사는 짓지 않지만 젊은 청년들로 구성된 농부들이 미래의 먹거리를 생각하며 농사일을 하는 책을 읽어본 적이 있다. 잡초제를 뿌리지 않고서도 충분히 농사를 짓는 방법에 대해 알고 있었다.
"당근과 파를 함께 심었을 때의 유익한 점은 잡초를 뽑아내기 위해 제초제를 뿌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잡초는 번식할 때 꽃을 피운다. 이 과정에는 수정이 필요하다. 당근과 함께 심은 파는 강한 향으로 벌을 쫓아내 수정을 방해한다" (파밍 보이즈를 읽고 정리한 내용)
"당근과 양파를 같이 심는 방법이다. 벌레들이 양파를 싫어하는 점에 착안하여 당근 곁에 벌레들이 오지 못하도록 하는 농사법이다. 벌레를 죽이기 위해 일부러 자극적인 화약약품을 쓰지 않아도 된다.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는 다이내믹 농법이다" (파밍 보이즈를 읽고 정리한 내용)
앞으로 잡초만 제거해 주는 소형 로봇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 하루다.
(오후 3시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아내와 함께 집 근처 수목원에 잠시 산책을 다녀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