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12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었고 이듬해부터 각 시도 의회에서 학교운영위원회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면서 각 초중등학교에 학교운영위원회가 전면적으로 실시되었다고 한다. 법률적 근거에 명시되어 있는 법적 기구다.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높이고 지역의 실정과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을 창의적으로 실시하기 심의·자문 기구로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다.
내 기억으로는 나 또한 40살 무렵부터 학교운영위원(교원 위원)을 했으니 만 10년이 훌쩍 넘은 것 같다. 교사 때와는 다르게 교감의 입장에서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석하는 마음 가짐이 다르다. 교사 때는 지역 위원, 학부모 위원처럼 같은 위원이긴 했지만 보직교사를 맡고 있었던 때라 관련 심의 안건을 상정한 당사자이기도 했기에 어정쩡한 위치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하는 사항은 11개 항목으로 구분되어 있다.
학교헌장 및 학칙의 제정 또는 개정에 관한 사항
학교의 예산안 및 결산에 관한 사항
학교교육과정의 운영 방법에 관한 사항
교과용 도서 및 교육자료 선정에 관한 사항
교복, 체육복, 졸업앨범 등 학부모가 경비를 부담하는 사항
정규학습시간 종료 후 방학기간 중의 교육활동 및 수련활동에 관한 사항
교육공부원법 제29조의 3 제8항에 따른 공모 교장의 공모방법, 임용, 평가 등에 관한 사항
교육공무원법 제31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초빙교원의 추천에 관한 사항
학교급식에 관한 사항
학교운동부의 구성운영에 관한 사항
학교운영에 대한 제안 및 건의 사항
대부분 보직 교사가 상정하는 심의 안건들이다. 학교 교육과정, 교과용 도서는 연구부장으로서, 학칙, 졸업앨범, 수련활동에 관한 사항은 교무부장으로서, 학교운동부는 체육부장으로서 직접 안건을 제출하고 다른 운영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한다.
이제 교감이 되니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해야 할 역할이 명확해졌다. 내가 직접 안건 제출자가 아니기에 다른 위원들이 질의하는 내용에 대해 안건을 제출한 당사자가 답변하기 곤란한 내용을 방어 또는 보충하는 차원에서 답변하게 된다.
운영위원회 중에서 가장 폭넓게 심의 토의하는 내용 중 하나가 '학교운영에 대한 제안 및 건의사항'이다.
"지난번 운영위원회 때 00학년 테마학습여행에 대해 1박 2일이 조금 짧다는 생각이 있어 질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반영이 안 된 것 같습니다. 무슨 이유가 있는 건지요? "
운영위원이면서 안건을 직접 제출한 00 부장님이 답변하기가 곤란해 보여 바로 교감인 내가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교장 선생님 눈치만 보고 있으면 분위기가 묘해지기 때문이다.
"위원님들의 생각을 듣고 학교 측에서도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런데 기간을 연장할 수 없었던 점은 세 가지 사유가 있었습니다"
답변의 정석은 우물쭈물해서는 안 된다. 갑작스러운 질의에 당황한 기색을 보이면 안 된다. 누가 보더라도 객관적이고 이해 가능한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세 가지 사유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이 설득력 있는 답변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세 가지 사유도 잠깐 몇 초 사이에 생각해 낸 것이지만.
"테마학습여행 기간을 늘리지 못한 첫째 이유는 현재 해당 학년에 지체 장애를 가진 학생이 있습니다. 신체적 특성상 오랜 시간 활동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둘째, 우리 학교 학생들이 모두가 참여하기 위해서는 학교 운영비 안에서 해결되어야 합니다. 기간을 연장했을 경우 수익자 부담이 예상됩니다. 셋째,......"
위원회의 기능이 순기능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이 보게 된다. 위원의 역할에 맞게 넓은 시각으로 학교운영 전반에 관한 사항을 심의할 수 있는 학교운영위원회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덴마크에서 운영하는 학교운영위원회는 우리나라 보다 좀 더 파격적인 기능을 하고 있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학교 운영위원회가 학교를 운영하는 실제적인 주체이며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학교운영위원회는 학부모회에서 선출한 학부모대표, 학생회에서 뽑힌 학생대표, 교사대표로 구성되며위원장은 학부모 학부모 대표가 맡는다, 교장과 교감은 발언권은 갖지만 의결권이 없으며 운영위원회에서 주로 간사로 봉사한다. (덴마크 행복교육을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