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지고 있는 교감의 역할 중 하나가 '교육과정 전문가' 또는 '교육과정 퍼실리테이터' 다. 이 생각은 변함이 없다. 아니 앞으로 교감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하게 대두되지 않을까 싶다. 행정가로서의 교감의 역할도 중요하고, 민원과 상담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와 학교의 가교 역할을 하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학교의 존재 이유인 학생 성장과 교육의 핵심 가치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의 디자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교육과정 디자인의 중심에 교사 출신의 교감이 당연히 키를 잡고 조율하고 쉽게 이끌어 내는 전문가적 기질을 발휘해야 함은 마땅한 요구다. 교감은 20년 넘게 직접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다양한 수업 방법을 적용한 수업 전문가이자 교육과정 실천가였다. 이제 그 노하우를 살려 교육과정을 새롭게 바라보고 적용할 수 있도록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을 감당해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제 (2023.6.7.) 현지맞춤형 직무연수로 우리 학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교감인 내가 직접 연수를 진행했다. 주제는 ' 2022 개정 교육과정 톺아보기와 학교 자율시간 적용하기'였다. 바야흐로 내년 2024년부터 1~2학년을 시작으로 새로운 교육과정이 도입된다. 2022. 12. 22. 자 교육부에서 공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중점 사항을 어느 정도 알고는 있으나 어떻게 학교 현장에 적용해야 할지 개념이 잡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학 교수님들을 중심으로 한 연구진들은 이론면에서는 깊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장감은 사실상 교사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단위학교 교육과정 전문가인 '교감의 역할'이 여기에서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나는 틈이 나는 대로 교육과정 문서를 살펴보고 기회가 닿은 대로 연구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번 연수에서도 어떻게 하면 내년 우리 학교가 다음 교육과정에서 중점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학교 자율시간'을 지역의 여건과 학교의 필요에 따라 현장 적용할지 중점을 두고 선생님들과 실제 시뮬레이션 형식으로 교육과정 핵심 아이디어와 내용 체계표를 실습해 보았다.
2024년 서부초등학교 학교자율시간 즉 학교 교과목으로 가칭 ' 이. 사. 부.'로 대략 잡아 보았다. 이사부는 우리가 잘 아는 신라 시대 우산국을 정복한 장군이자 실직주(지금의 삼척시) 책임자였다. 우리 지역의 역사를 알아봄으로써 학생들이 실제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지역을 좀 더 알아갈 수 있게 되고 미래 사회의 가치이기도 한 공동체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지역 사회의 중심에 자라나는 다음 세대 우리 학생들이 주역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학교자율시간을 운영해 보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는 연수였다.
2022 개정 교육과정, 학교자율시간 운영에 관한 내용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 2024년 서부초등학교 학교 교과목(선택과목 또는 선택활동)
대상 : 1~6학년 (학년별 운영)
선택과목: 이사부 또는 이. 사. 부.(각각의 단어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함)
핵심주제
- 지역의 여건을 반영한 지역화 교육과정 실현, 지역의 역사 인물 '이사부'를 통해 역사 인식 제고 (독도 교육 병행)
- 인구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공동체 가치 실현(생태감수성, 민주시민성 등)
- 지역과 상생하는 지역사회학교의 다양한 역할 모색(이사부 축제)
새로운 교육과정을 디자인하는 자리에서 선생님들의 집단 지성이 빛나는 연수 시간이었다. 교감으로써 나는 단지 연수를 쉽게 이끌어가는 길잡이 역할을 했을 뿐이다. 함께 참여해 주신 교장님과 선생님들께 감사했다. 앞으로 이와 같은 시간을 추가적으로 가진다면 좀 더 짜임새 있는 우리 학교만의 학교자율시간의 로드맵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다시 한번 생각하는 것이지만, 교감은 단위학교 교육과정 전문가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