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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人)에 달려 있다

학생 학부모 상담 방법

by 이창수

교육대학교 4학년 학생들이 교생 실습 중에 있는 학교에 강의를 의뢰받았다. 강의 주제는 '학생, 학부모 상담 방법'이다.



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신규 임용을 받아 학교에 첫 발걸음을 떼었을 때 가장 필요로 했던 것이 실제적인 업무 처리 방법이었다. 교수학습 방법에 대해서는 대학 4년 내내 공부하고 실습해 오던 터라 당연히 어느 정도의 방향성과 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큰 두려움은 없었지만 막상 학교에서 살아내면서 필요했던 것은 교육대학교에서 배웠던 여러 과목들이 아니었다.



오늘 강의 의뢰를 받은 주제인 '학생, 학부모 상담 방법'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내용이라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터득해 가야 하는 난공불락의 섬의 한 종류였다. 경험이 말해준다고 시간이 흐르고 여러 다양한 변수를 겪으면서 결국 나만의 '학생, 학부모 상담 방법'을 터득해 갔던 것 같다. 물론 대학원에서 상담 심리에 대해 공부도 했던 것도 도움이 되긴 했지만 이론보다는 실제라고 뭐니 뭐니 해도 현장에서 답을 찾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효율성이 높다는 것을 피부로 느껴왔다.



오늘 강의 시간에 만나게 될 교육대학교 4학년 학생들은 빠르면 내년 3월이면 학교로 발령받아 '교사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당장 교수학습지도뿐만 아니라 생활지도 더 나아가 학부모와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 터인데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영역이라 아마도 초조하고 긴장된 순간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요즘에는 여러 경로를 통해 퀄리티 높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기에 눈치 빠른 젊은 교사들은 누구보다도 빨리 자신만의 상담 방법들을 익히고 터득해 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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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학생들에게 가장 주안점으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관계'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고등학교 학생 시절을 보냈을 지금의 교육대학교 4학년 학생들은 점점 더 우리 사회가 파편화되어가고 있고 공동체가 붕괴되어 가는 현상을 피부로 느끼면서 살아왔기에 '관계' 또는 '공동체'에 대한 개념들이 우리 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희박하리라 생각된다.



학교뿐만 아니라 '학급'이라는 단위 조직도 복잡한 관계가 작동하는 작은 사회이다. '관계'가 원만히 형성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밥과 반찬을 차려 놓은 식탁일지라도 불편한 마음으로 식사를 대할 수밖에 없다. 초라한 식탁일지라도 가족 구성원들이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밥상을 대하는 것이 화려한 식탁이지만 서로 티격태격 아무 말 없이 수저만 들고 찬바람 일으키듯 일어나는 밥상보다 낫다.



이처럼 학급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교수학습 방법으로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만남을 가지더라도 그 수업을 좀 더 의미 있게 완성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학생과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육학자이며 사회학자인 파커 J. 파머는 수업은 일종의 '대화'라고 명명한다. 지식을 주고받는 수업을 넘어 학생들이 살아가고 있는 삶을 수업 시간에 대화로 풀어가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교육이라고 강조한다.



학생 상담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학생의 삶을 바탕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수업과 학교생활에서 끌어내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학생과의 대화, 상담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학생의 삶에 대부분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학부모'와의 관계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최근 들어 젊은 선생님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학부모와의 상담'이라고 통계도 있다.



학부모 상담을 민원 또는 기피할 업무로 생각하는 경향도 없지 않아 있다. 학부모도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주체 중에 하나임을 생각할진대 학생, 학부모의 의견 수렴은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어떻게 하면 학부모 상담을 잘할 수 있을까? 상담 기법으로 접근하기보다 학부모와의 관계 설정에서 시작하면 어떨까 싶다.



학급이라는 공동체의 성패는 '관계'에 달려 있다. 학생과의 관계, 학부모와의 관계. 관계는 서로 생각과 마음을 이어가는 행위다.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태도에서 관계가 싹튼다. 과학적이고 분석적인 상담 기법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관계'에 진심을 담아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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