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 박수밀 교수는 『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이라는 책에서 고전 속 지식인들의 삶을 조명했다. 대개 시중에 나온 이와 유사한 책들은 몇몇 위인들의 좌우명을 띄우며 늘 자리 옆에 갖추어 두고 평생의 가르침으로 삼으라고 조언한다. 분명 좋은 말이고 도전이 되긴 하지만 삶으로 실천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좌우명이 소개된 ' 그분'과 시간적으로 장소적으로 거리감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오래전 사람인데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실과 괴리감이 크기 때문이다. 그 간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그분'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소개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한 문헌 조사와 연구 없이는 불가능하다.
『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의 저자 박수밀 교수는 '그 사람'의 일생을 요약해서 말해 주는 좌우명에 담긴 삶을 독자들에게 증명해 주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
"그 사람의 인생을 압축해 주는 한마디 말과 이를 증명해 주는 하나의 장면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좌우명이 있어도 그 좌우명을 드러내는 자취를 찾기 어려운가 하면, 그 사람의 흔적을 보여 주는 한마디 말을 찾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_ 『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 9~10쪽
'그 사람만의 향기'가 드러나는 좌우명은 곧 그 사람의 삶을 이끈 문장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나에게도 지금의 상황에서 또 앞으로 나아가야 할 삶에서 가슴에 와닿은 문장들이 있었다.
넘어지지 않으려면 늘 조심조심 다녀야 한다. _봉서 유신환(1801~1859), 『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 16쪽
남의 허물을 보려 하지 말고 좋은 점을 적극적으로 찾아내어 칭찬해 주어라._ 김충신(1571~1642), 『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 22쪽
스스로 낮추지만 남이 세워주고, 스스로 숨기지만 남이 드러내 준다. 새벽부터 밤늦도록 두려워하기를 살얼음을 밟는 듯 _ 기준(1492~1521), 『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 144~145쪽
삶을 이끄는 문장은 사람마다 다르게 다가올 수 있다. 같은 문장이라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나만의 향기를 드러낼 수 있는 삶을 이끄는 문장을 만들어가는 몫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삶을 살아낼 때 향기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