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의 온기, 말 걸기

by 이창수

교직원들에게 관리자는 어려운 존재다. 가까이하기에 먼 당신이다. 관리자를 향해 우스갯소리로 '독거노인'이라는 표현을 쓴다. 교직원들의 공간에 함부로 침범(?) 할 수도 없고 그렇다 보니 독립된 공간에 자주 머무르게 된다.



독거노인. 바쁘게 지내는 교직원의 공간에 목적 없이 습관적으로 돌아다니는 것도 썩 보기에 좋지 않으니 자신도 모르게 사무실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진다.



교직원들은 안 보는 것 같아도 관리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지켜본다. 학교 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이긴 하지만 사람마다 특성이 다르듯 관리자 또한 유형이 다르기에 자신에게 맞는 모습으로 행동하는 게 더 자연스러울 것 같다.



다만 관리자의 이미지가 너무 딱딱하거나 차갑다는 인상보다는 부드럽고 온화한 이미지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편안하게 다가가 먼저 말을 걸 때 상대방이 부담스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꽤 괜찮게 살아가는 쪽이 아닐까 싶다.



"마음을 열어야 진정한 변화가 시작된다. 변화를 여는 열쇠는 말 걸기다. 작은 인사, 관심 어린 질문, 그리고 귀 기울임이 학교에 온기를 더한다" _ 5쪽



말 걸기란 무작정 사람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 아니다. 작은 행동에 의미를 담아내는 것이다. 교내에서 만나게 되는 교직원에게 먼저 작게나마 인사를 할 수 있는 것부터 말 걸기의 시작이다. 인사를 받는 것이 아니라 먼저 인사를 하는 거다. 업무적인 대화 말고 일상생활과 관련된 진심이 담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평소 생각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바쁘고 힘든 일상 속에서도 서로를 향해 한 걸음 내딛는 용기, 그 짧은 대화가 마음의 문을 열고 관계를 단단하게 한다'



2025 대한민국 스승상 수상자인 용암중학교 권지연 선생님은 사춘기에 있는 학생들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고 한다. 점심시간에 '운동장 데이트 신청받아요' 이벤트부터 시작하여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서 학생들과 배드민턴을 함께 치면서 말 걸기를 했다고 한다. 심지어 매일 아침 반 아이들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며 기도한다고 한다.



부끄러운 고백이긴 하지만 나 또한 한 해 한 해 만나는 교직원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며 새벽 기도회에 나가 기도한다. 이름을 부르고 그분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기도하는 습관을 지금까지 해 오고 있다. 나만의 하나님께 말 걸기다.



관리자로써 먼저 말을 건네며 인사해야 하는 대상이 누구일까 생각해 본다. 자주 뵐 수 없는 분들이다. 급식실에 계신 분들, 교무실과 물리적으로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는 분들은 말을 먼저 걸지 않으면 인사 외에는 대화를 나누기 어려운 분들이다. 사실 학교 내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신 분들이다.



대화의 시간을 낸다는 것은 보기보다 쉽지 않지만 말 걸기를 해야 하는 이유는 벌어진 '틈'을 메우기 위함이다. 편 가르기가 아니다. 공동체의 일원으로 소속감을 갖게 하는 일이다.



"불편한 사이일수록 내가 먼저 한 발짝 다가가는 것, 진심을 담은 작은 대화를 이어가는 것, 그것이 결국 관계를 회복시키고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씨앗이 된다" _ 월간지 좋은교사 2025년 9월 호 '채워지지 않으면 흘려보낼 수 없습니다' 권보경, 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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