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의 관심, 그 한 사람

by 이창수

새해를 맞이한 1월이지만 학교는 새 학년도(2026학년도)를 준비하느라 여러모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선생님들은 부서별로 본예산 요구서를 작성하여 제출한다. 본예산 요구서는 부서별 세출예산요구서로 1년 동안 쓸 예산을 미리 계획한다. 정해진 학교 예산을 규모에 맞게 사용하기 위해 행정실장님은 초안을 작성하고 관련자들이 모여 본예산 조정 회의를 하고 학교 운영위원회 심의 안건으로 상정한다.


예산뿐만 아니다. 새 학년도 교육과정 운영 계획, 지역화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사업별 계획서 수립 등 일종의 전투를 앞둔 전력 가다듬기를 하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문서 작성에 매몰되고 사람보다는 돈을 맞추고 형식에 집중하게 된다.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의 마음이 어떤지 물을 겨를이 없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하나의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고 책임 있게 사는 것'잘 살기'라고 법철학자 로널드 위킨은 정의한다. 더불어 '좋은 삶'이란 우리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드는 여러 요소로 채운 삶이라고 이야기한다. _ 박희삼, 105쪽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은 새해 벽두 스스로에게 곧잘 하는 질문이다. 한 해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50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퇴직 이후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막상 새 학년도가 시작되는 새 학기에는 그저 '내 속도에 맞게, 주어진 현실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목표가 되고 속으로 '살아가는 거야, 그냥 다시 살아가는 거야'라고 다짐한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돌아본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사고가 굳어지지 않기 위해 조심 또 조심한다. '인간이 겪는 고통의 4/5는 다른 사람에 의해 생긴다'라고 C.S. 루이스는 말한다. 관리자인 내가 혹시 교직원에게 고통을 가하고 있지 않는지 돌아본다. 고통을 가장 많이 겪는 쪽은 약자다. 그들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 책임 있는 삶의 모습이다.


힘이 지속되면 날카로운 칼이 될 수 있다. 오래가면 부패되는 것이 힘의 속성이다.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에 몸다고 있는 분들은 순수한 마음으로 학생들의 이익을 위해 힘을 쏟아야 한다. 그들의 성장과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때 아름다운 사람으로 남을 수 있다.


"타인을 조금이라도 덜 불편하게 하는 것이 삶의 목적이어야 한다" _ 조지 엘리엇(영국 소설가), _79쪽


3월이면 교장 발령을 받는다. 가장 작게 시작해야 한다. 작은 마음에서 시작해야 한다. '잘해보겠다'라는 마음 뒤에는 비교하고 경쟁하며 더 우위에 서고 싶은 유혹이 숨겨져 있다. 좋은 작품은 평범한 일상까지 작품으로 만든다고 한다. 작은 마음은 일상을 특별하게 보게 한다. 일상을 비범하게 보게 한다.


관리자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참 많다. 학교 일반 수용비(전기 요금, 상하수도료, 전화 요금, 난방연료비 등), 공무직 인건비, 학교급식 운영, 교육 운영비 등 학교 1년의 살림도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이다. 바로 '한 사람'이다. 실제로 우리는 대화한다고 하면서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을 때가 많다.


학교는 결국 사람에 의해 운영된다. 학생을 만나는 교사 한 사람, 교육과정을 지원하는 교직원 한 사람의 영향력이 학교 운영의 성패를 좌우한다. 교사도, 교직원도 누군가에게 상담받고, 공감받고, 회복되어야 할 존재다. 교사, 교직원을 세우는 학교 관리자가 되고 싶다. 일보다 사업보다 사람을 향하고 싶다.


평범한 삶 속에서 아이들 곁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한 사람에게 관심을 쏟고 싶다. 교육은 고립된 섬이 아니라 세상과의 끊임없는 소통 속에 꽃을 피운다. 이상과 현실의 틈, 그 틈을 메울 수 있는 길은 끊임없이 '한 사람'에게 관심을 쏟는 것이다. '직업적 이해를 뛰어넘는 그 한 사람', '학생을 중심에 둔 그 한 사람', '교육의 변화를 주도하는 그 한 사람'에게 전폭적인 관심을 쏟는 관리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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