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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의 어머니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위대하다!

by 이창수

어렸을 때부터 나는 어머니와 단 둘이서 살았다. 아버지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른다.



학교에 근무하다 보면 한부모 가정이 제법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여러 사정이 있어서 그렇겠지만 안쓰럽게 느껴진다. 아이의 잘못이 아니었는데 고스란히 상실의 아픔을 평생 간직하고 살아가야 할 아이의 미래가 그려지기 때문에 마음이 쓰인다.



사춘기에 접어들면 아버지, 어머니 양쪽 모두의 도움이 더욱 필요한 때가 있을 텐데 어떻게 하나 생각이 든다. 행여나 상처가 곪아 터져 삐뚤어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기도 한다.



양쪽 부모가 있는 가정에서도 여러 가지 힘든 일이 많은데 한 부모 그늘아래에서 무거운 짐을 홀로 짊어지고 가야 할 아이의 장래가 눈에 밟히기도 한다. 내가 그런 삶이 살았기에 피부로 더 와닿는다. 아버지 없이 자랐기에 그 설움을 잘 안다.



어머니에게 있어 나는 거의 전부다. 어머니의 인생이 곧 나 인 셈이다. 아들이 벌써 50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늘 걱정이시다. 머리숱이 왜 이렇게 많이 빠졌느냐고 모발에 좋은 샴푸를 사다 놓으신다. 봄철에는 건강에 좋다며 쑥떡도 직접 방앗간에 가서 몇 시간 동안 자리를 지키며 해 오신다. 싱싱한 오징어를 먹어보라며 잔뜩 사 오시기도 한다. 진작 본인은 드시지 않으시면서.



어머니도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다. 지지난 겨울에 다친 발 때문에 아직도 걸음을 절뚝거리신다. 눈도 침침해지고 계신다. 틀니를 뺀 모습을 보면 마음이 착 가라앉는다. 연세가 더 들어 보인다. 고생의 흔적이 얼굴에 가득 보인다. 얼마나 오래 사시겠는가. 살아계실 때 더 자주 찾아뵙고 맛난 음식도 사 드려야 하는데. 불효자다. 어머니가 계셨기에 지금이 내가 있는데 말이다.



지난달부터 2주에 한 번, 또는 1주에 한 번 밭에 무성하게 난 풀들을 깎으러 다녀온다. 3~4시간 동안 예초기를 돌린다. 물론 농약을 뿌리면 한결 편하겠지만 그래도 친환경 밭을 만들어보고자 손수 풀을 깎는다. 오늘도 무더운 날씨였지만 비 소식이 예고되어 있어 미리 깎아야 했다. 더운 날씨에 실내에 들어가 계시라고 했지만 아들이 땡볕에 있다며 잘 들어가시지도 않으신다. 목을 축이라고 사과도 꺼내오신다. 어머니가 씻어주신 사과가 참 달다.



주중에 잘 찾아뵙지 못해 주말만큼은 최대한 얼굴을 뵈러 간다. 다행히 밭에 풀이 잘 자라주어 억지로라도 가게 된다. 무성하게 자라나는 풀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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