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일기
"말 걸기는 언제나 상대방의 목소리를 잘 듣기 위함이다"
교장이라는 위치는 자칫 듣기보다 말하기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듣는 자리에서도 말하기 모드로 전환하고 싶은 욕심이 드는 위치다. 들으려고 하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 조급함 때문이다. 말하면 좀 더 목표에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아껴 최대한 빨리 성과를 보고 싶어 하기 때문에 본론부터 말하고 본다.
다음 주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사흘간 새롭게 근무할 학교로 가서 교직원들을 만나고 신학기 교육과정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논의를 갖는다. 풀어야 할 학교 현안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일거리들이 생각난다. 궁금한 것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떠오른다. 말 걸기가 아니라 내 말만 쭉 늘어놓을 태세다. 바뀌는 사람은 나 말고는 없는 것 같다. 기존의 구성원 틈에 나 혼자 끼는 셈이다.
들을 얘기가 많을 것 같다. 첫날은 듣기 위해 말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자제해야겠다. 교직원들의 생각이 어떤지 듣는 시간이 되도록 마음가짐을 단단히 먹고 가야겠다. 그뿐만 아니다. 하루 이틀 사이에 모든 것을 다 파악하려는 욕심부터 내려놓아야겠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익어야 사람들도 마음 문을 연다. 사람을 움직이지 않고서는 어떤 일도 원만하게 해 낼 수 없다. 결국 사람이다.
해야 할 일보다 챙겨야 할 사람부터 살피도록 하자.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사람이 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몫이 나에게 있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고 했다.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모르면서도 아는 체하는 것이 오히려 거짓된 모습이다.
교장은 혼자 있는 시간을 나와의 대화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나를 돌아보며 나의 내면을 먼저 단단히 만들어가야 한다. 감정을 잘 다스려야 한다. 말 한마디, 표정 하나, 시선 하나에도 교직원들은 상처를 받을 수 있다. 기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는 교장이 만들어야 한다. 괜히 무게 잡지 말자. 힘을 빼면 더 잘 보일 수 있다. 나다운 모습이 자연스러운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