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나오는 것 아니에요!

교장일기

by 이창수

내가 부임한 학교에는 입학생이 0명이다. 올해 강원도 내 입학생이 없는 학교는 초등학교, 중학교 합해서 모두 21곳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3월 3일(화) 오전 9시 30분, 내가 간 곳은 시내에 있는 큰 학교다. 그곳에 간 목적은 딱 한 가지다. 우리 학교 홍보다. 교장인 내가 혼자서 직접 갔다.


바라보는 시선이 썩 달갑게 보지 않는 듯한 느낌이다. 옷을 말끔하게 차려 있었고 나이도 들어 보이니 우리 자녀가 입학하는 학교의 나이 든 선생님쯤으로 보았을 것이다.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고 한 분 한 분 인사를 건네고 우리 학교 교직원이 준비해 준 학교 홍보 자료를 편지 봉투에 넣어 드렸다.


다행인 것은 건네준 홍보 자료를 한 분도 땅바닥에 버리지 않으셨다. 홍보 자료를 50개 준비해 갔다. 금방 동이 났다. 그럴 줄 알았더라도 더 많이 준비해 갈걸.


지난주에 시내 큰 학교 교장 선생님에게 양해를 구했다.


"교장 선생님, 죄송한 말씀이지만 입학식 날 제가 신동초등학교 홍보해도 되겠습니까?"


"...."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도 안다. 측은하게 여긴 것 같기도 하고 말 못 할 여러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을 것이다. 지역 내 작은 학교가 학생이 없는 것을 아시고 통 크게 허락해 주셨다. '야호!'


허락을 받았으니 당당히 학교 홍보를 할 수 있었다. 마침 당일 비도 내리고 순간 흔들렸다. '하지 말까?','웬 청승?', '소문날 텐데...'. 하지만 이미 우리 학교 교직원분들에게 얘기를 해 놓은지라 퇴로가 없었다. '그래, 한 번 해 보자','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해 보자'.


나중에 들리는 이야기로는 우리 학교 교직원들도 설마설마 교장이 다른 학교 입학식에 가서 학교 홍보를 할까? 싶었나 보다.


어떤 분이 이런 얘기를 하신다.


"무슨 당이에요?"

"시의원 출마자예요?"

"지역구가 어디예요?"


오해받을 수 있는 시기다. 그래도 괜찮다. 나의 목표는 분명하니까. 예쁘고 귀여운 우리 신동초등학교 두 명의 친구들에게 또 다른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다.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동생이라고 하지 않나. 교장인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전학해 오는 친구들이다!


3월 3일(화)부터 3월 4일(수)까지 신기면 지역 안에 있는 기관장님들과 어르신들을 일일이 찾아뵙고 인사드렸다.


신기면 노인회장님께는 댁으로 직접 인사드리고 왔다. 신기면 면장님, 신기면 번영회장님, 119안전 센터장님, 신기면보건지소장님, 도계농협신기지점장님, 쌍용 신기광업소장님, 강원종합박물관 시설과장님, 학교운영위원장님, 삼척시청소년상담센터장님...


한 분 한 분 찾아뵙고 인사드린 것도 목적이 딱 하나다. 선거에 나오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 신동초등학교를 응원해 달라는 부탁의 말씀을 드리기 위함이고 우리 아이들의 친구들이 올 수 있도록 응원해 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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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신기면 주민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가 있다고 신기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알려왔다.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수가 없지'

모든 일을 뒤로하고 오후 2시 신기면 복지 회관에 갔다. 빼곡하게 어르신들과 주민들이 모여 있었다. 삼척시장님께서 시청 실과장들과 함께 오셨다. 1시간여 동안 앉아서 듣기만 했다. 공식적인 행사를 마치고 다과회 시간에 모여 있는 주민들 한 분 한 분 다가가 명함을 건네고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세요? 이창수입니다"


명함을 보신 분들은 이제서야 내가 신동초등학교 교장임을 알았다.


"캬, 교장이 이런 행사에 온 게 얼마만이야!"


어르신의 말씀이 좋게 들렸다. 지역 주민과 함께 하자는 얘기로 들렸다. 교장의 역할이다.


#신기하고_동화같은_학교

#신동으로키울게요

#삼척_신동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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