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일기
학교장 취임하는 날 그날 바로 오전 출근과 동시에 삼척 시내에 큰 학교 입학식 행사에 가서 나 홀로 1인 학교 홍보를 했었다. 어제도 마찬가지로 삼척에서 학생 수가 가장 많은 학교 교육 설명회에 가서 나 홀로 1인 학교 홍보를 했다. 학교 홍보를 하는 날 모두 비가 왔다. 그리고 두 학교 모두 교장 선생님들께서 허락해 주셨다. 신기하게도 말이다.
첫 번째 나 홀로 1인 학교 홍보했을 때와 다르게 어제는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명찰을 패용했다. 혹시나 오해받지 않기 위해서다. 한창 선거철이라 정치인으로 생각될 수 있기에 아예 오해의 빌미를 사지 않기 위해 목에 당당하게 명찰을 달았다.
"신기하교_동화같은_학교, 신동으로 키우겠습니다"
_신동초등학교 교장 이창수
홍보에 앞서 교장실에 찾아가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오늘 홍보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입장을 바꿔 놓고 우리 학교에 다른 학교 교장인 자기네 학교 홍보하러 왔다고 생각해 보라.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일까? 기분 나쁠 수 있고 무례할 수 있는 경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 크게 작은 학교 홍보에 힘을 실어준 선배님께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 교장실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던 그 학교 선생님 한 분도 뵐 수 있었다.
"정말? 아니, 교장이 이런 것도 해야 되나?"
씩 웃음으로만 답했다. 우리 학교가 처한 상황을 몰랐던 것이다. 설명을 해 드리니 기가 차했다. 안타까움과 함께 작은 학교의 현실을 피부로 느끼는 듯했다. 그렇다. 대한민국 전체의 위기는 결국 인구 감소로부터 시작된다. 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은 경제 활동이 위축되는 것이고 결국 국력이 약화되는 길로 걸어갈 수밖에 없다. 지역도 마찬가지다. 지역 내 균형 발전을 이루지 못하면 결국 모두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은 괜찮아 보일지 모르더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피부로 느껴져 올 것이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있을 수 있을까. 같은 이치다.
오후 2시에 교육 설명회가 있었기에 30분 전에 설명회가 열리는 체육관에 가서 당당하게 오시는 학부모님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시간이 되자 우산을 쓰고 뚜벅뚜벅 걸어오시는 학부모님들이 있었다. 우산을 접는 시간에 맞춰 정중하게 준비해 간 학교 홍보지를 넣은 편지 봉투를 드렸다. 나의 행색이 깔끔하게 보여서인지 대부분 사양하지 않고 받아주셨다. 간혹 홍보지를 받아 들고 들어가면서 수군수군하시는 분도 계셨다.
"신동이 어디야? 학생이 별로 없나?..."
보통 학교 교육 설명회에 오시는 분들은 학교에 대해, 자녀에 대해 열의가 특심한 분들이시다. 이런 분들을 대상으로 작은 학교를 홍보하는 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나 홀로 1인 학교 홍보를 하는 이유는 학교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우리 학교 이름도 모르시는 분들도 계신다.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학교 이름을 모르는 분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든 학교의 존재감부터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학 올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는 열심히 특심한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꿋꿋하게 당당하게 나 홀로 1인 학교 홍보를 했다. 교육 설명회에 참가하는 그 학교 교직원분들도 나 홀로 1인 학교 홍보를 하는 나를 약간 처량하게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어떻게 보든 괜찮다. 나는 우리 학교를 홍보하기만 하면 되니까.
삼척에 있는 큰 학교에 가서 나 홀로 1인 학교 홍보를 하러 간다고 하니 우리 교직원 중에 한 분은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교장 선생님, 지난번처럼 너무 허리를 숙이지 마세요. 그래도 우리 학교 교장 선생님인데..."
90도 허리를 숙여 학교 홍보지를 나눠 준 내 사진을 보고 하시는 말씀이다. 근데 나도 모르게 허리가 숙여진다. 상대방에게 최대한 예의를 갖춘다면 그분들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열리지 않을까 싶어서다. 허리를 숙이며 건네는 나의 모습을 보며 최소한 홍보지를 받자마자 땅에 버리지는 않으셨다. 사실 우리 학교 홍보지가 아무렇게나 땅에 버려진 모습을 보면 괜히 내 자존심도 구겨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비가 오는 중에도 오늘 과업을 잘해 냈다. 준비해 준 홍보지를 모두 소화해 냈다. 그다음 일정은 또 다른 시내 큰 학교로... 출발~
#신기하고_동화같은_학교
#신동으로키울게요
#삼척_신동초등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