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일기
안 된다고 하지만 발버둥 쳐본다. 해 봐도 별 성과가 없을 거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괜히 힘 빼지 말고 나중을 도모하라는 조언도 듣는다. 현실 감각이 없는 사람처럼 나를 보는 이도 있다. 주변을 어렵게 만들지 말라고 한다. 당신이 무능력하다는 얘기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어려운 지역이라는 말을 듣는다.
대한민국 전체가 저출산 고령화, 학령인구 감소, 인구 소멸 지역 확대가 기정사실화되었는데 뜬금없이 학교를 살리겠다고 열심을 내는 나를 보며 한심해하는 이들도 있다. 맞는 말이다. 현실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분명한 팩트다. 그렇다고 신규 교장으로 부임받은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창밖만 바라보고 유유자적하기에는 좀 그렇다.
공식적으로 출근하기 한 달 전부터 많은 고민을 했다. 어떻게 하면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해 갈 수 있을까? 학생 수를 늘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은 과연 없을까? 일단 뭐든지 다 해 봐야 하지 않을까.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학생 수가 늘지 않더라도 하는 데까지는 해 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가닥을 잡았다. 삼월 한 달 내내 정말 많은 곳을 누비고 다녔다. 사람들을 만났다. 시내 큰 학교 설명회에 가서 홍보지를 뿌렸다.
전혀 생각지 못한 경로로 한 가정이 두 자녀를 우리 학교에 맡겼다. 현실적으로 아직 담임 선생님이 없어 당분간 세 학년이 한 교실에서 공부해야 한다는 얘기도 했다. 그런데도 자녀를 우리 학교로 전입시켰다. 학부모님의 용기에 놀랬다.
우리 학교는 두 아이가 전입해 오기 전까지 전교생이 두 명뿐이어서 작은 학교 통폐합 절차에 따르면 자연 폐교 수순에 들어가야 했다. 그런데 기적적으로 전교생이 두 배가 늘어나 네 명이 됐다. 자연 폐교가 아닌 통폐합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되었다. 통폐합을 하기 위해서는 학부모 동의율 50%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작년 기준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학교의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시내에 큰 학교는 큰 학교 나름대로의 강점이 있고 시골 작은 학교는 큰 학교가 할 수 없는 그 나름의 강점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본다. 학교를 다양화시켜 학부모님들께서 다양하게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우리 신동 초등학교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어떻게 될지 나도 모른다. 하지만 학교장인 나는 어떻게든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뭐든 해 보고 싶다. 나중에 결과야 어떻든 그때 가서 받으면 되지 않겠나. 이게 교육자의 마인드가 아닐까 싶다.
학교를 일단 알리고 싶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요즘 학부모님들이 정보를 얻고 있는 SNS에 가입해서 시간 나는 대로 학교를 홍보하고 있다. 최근에 알게 된 '농촌 유학의 모든 것' 네이버 카페에 가입해서 첫인사글을 남겼다. 이틀 만에 조회 수가 259회를 기록했다.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다.
학교 누리집에 있는 학교장 인사말을 올렸고 예쁜 우리 학교 전경 사진도 올렸다. 여러분께서 학교가 예쁘다고 댓글로 달아주셨다.
'멋진 학교네요, 정보 감사합니다, 학교가 정말 예쁘네요, 동화 같아요, 독서 특화 학교군요, 학교 너무 예뻐요, 교장 선생님께서 이리 열정이 넘치시다니요, 교장 선생님께서 직접 글을 써 주셔서 감동이네요, 저희 남매도 기회가 된다면 가 보고 싶네요...'
한 분 한 분 댓글을 달아 주실 때마다 신속하게 대댓글을 달아 드렸다. 댓글을 달아 주신 분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학교가 너무 예쁘다고 칭찬이 자자하시다. 정말 그렇다. 몰라서 그렇지 한 번 와보면 오지 않을 수 없는 학교다.
감동은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 직원에게 시키는 것보다 내가 직접 가입해서 직접 글을 올리고 직접 댓글을 달아 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대댓글을 올리는 것이 지금 시대에 딱 맞는 행동인 것 같다. 이렇게 여러 경로로 학교를 알리다 보면 분명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연결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앉아서 가만히 있는 것보다 학교를 위해 작게나마 노력할 때 얻는 기쁨과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어느덧 나는 신기하고 동화 같은 학교에 푹 빠지고 말았다!
#신기하고_동화같은 학교
#신동으로키울게요
#삼척_신동초등학교